[사설] (12일자) 카드결제 거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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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문제 때문에 백화점들이 특정 신용카드에 대해 결제를 기피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업계의 갈등을 고객인 소비자의 불편을 담보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결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결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정부시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백화점과 신용카드사의 싸움은 2년전 롯데백화점이 BC카드사의 수수료율을 결제금액의 3%에서 2.5%로 내려달라며 BC카드 결제를 거부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백화점측은 카드사의 수익이 막대한 데다 백화점 매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현행 2.5%에서 1.5%로 내려달라는 얘기인 반면 신용카드사에선 카드사 수익은 현금서비스및 카드론 수수료에 의한 것이고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 2.3%는 손익분기점 수준인 만큼 2.2% 미만으로 내리긴 힘들다고 맞서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모양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유흥업소의 경우 4.5%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의료기관과 할인점엔 1.5%가 적용되는 만큼 이와 같은 수준으로 내려 달라는 백화점측의 주장이 꼭 무리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업계간의 갈등 때문에 소비자를 골탕먹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다.
더욱이 협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결제 기피라는 최종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은 소비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사실상 소비자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수수료율 인하가 당장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본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백화점측이 삼성 및 LG카드를 주요타깃으로 삼은 것은 삼성카드가 선불형상품권(기프트카드)을 내놓음으로써 백화점상품권과 경쟁을 유발한 데 따른 감정적 보복조치라는 풀이도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들 신용카드를 기피하는 대신 백화점카드를 발급받도록 하는 건 카드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처럼 특정업체가 특정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소비자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지탄받아 마땅하다.
어떤 경우라도 고객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하루 속히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양쪽 모두 한발씩 양보, 적정 수수료를 정하고 무이자할부 증대 등 고객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