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先상장 後매각'의 득과 실

한전 민영화 방식이 '선 기업공개,후 경영권 매각'으로 추진될 모양이다. 지난 10일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화력발전사 가운데 한곳을 연내에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추후 경영권 매각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다. 이에 앞서 산자부는 공개입찰 매각을 추진해온 한전의 비(非)발전 자회사 가운데 이미 두차례나 유찰된 한전기술과 한전기공도 완전한 지분매각에 앞서 우선 오는 7월말까지 증권거래소 상장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어 한전의 민영화 방식이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발전사업 민영화의 추진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선 기업공개,후 경영권 매각'을 통해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신 장관이 설명한 대로 기업공개를 통해 우선 일정지분의 주식을 일반에게 분산시킨 뒤 대주주를 찾아주게 되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검증받게 돼 매각시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인수자의 자금부담을 완화시켜 매각촉진을 도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업공개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일정규모의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배분하게 되면 민영화를 둘러싼 노정간 마찰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가져 볼 만하다. 그러나 그같은 긍정적 기대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기업공개를 빌미로 과거에 시도됐던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 주장이 대두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가 오히려 완전한 민영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선 기업공개,후 경영권 매각'방식이 과연 값을 제대로 받고,민영화를 촉진시키는 최선의 방법인지는 정부가 좀더 심층적인 효과분석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파업사태 등을 거치면서 이를 우회할 목적으로 그같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만에 하나 그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정부의 손실이라기 보다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영화의 구체적인 방식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것은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최소한 당초의 민영화 목표와 일정에 중대한 차질을 빚지않는 범위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한전 민영화는 형식상의 민영화가 아닌 뚜렷한 주인을 찾아주는 명실상부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