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아건설의 경우 .. 姜萬洙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건설회사가 부도나면 전화기 한대만 남는데,요즘 부도가 나면 핸드폰 하나만 남는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는 신규수주가 안되면 장비는 녹슬어 삭아버리고,일감이 없어 근로자가 흩어지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된다는 말이다. 건설업은 오너가 물러나면 신규수주가 어려운 업종의 성격상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어렵고,법정관리로 들어가면 사실상 회사정리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과거 해외건설을 정리한 경험이 가르쳐주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건설회사가 6개(?)뿐이고,미국의 최고 건설회사 '벡텔'도 상장되지 않았다. 건설에 오래 종사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수주는 '발주자와의 신뢰관계'가 필요하고,수주가 계속되려면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경영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관계는 '시공실적'에 의해 형성될 수도 있고,'발주자와의 특수관계'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오너가 아닌 경영자의 경우 많은 '공'을 들이고도 수주에 실패했을 때 '책임'을 겁내지 않는 '오너와의 신뢰관계'가 있어야 하는데,채권은행단의 사전 승인이나 간섭을 받아야 중요한 결정이나 자금지출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수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한양이 유능한 경영자가 들어서 오랜 세월 회생을 시도했으나,이익이 나는 신규수주 하나 제대로 못 따고 결국은 파산의 길로 가고 말았다. 20세기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해낸 동아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유능하다는 경영인이 들어섰지만,신규수주 하나 제대로 못 따고 대한통운까지 함께 법정관리로 끌고 갔다가 결국은 한양과 같은 길로 가고 말았다. 지난주 파산절차 중에 있는 동아건설의 52% 주주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주인공이었던 최원석 전 회장을 다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고 동아건설의 재건에 나섰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지난 98년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가 대수로 공사 3,4단계도 동아건설이 맡으라고 한 적이 있다. 중국정부도 동아건설이 갖고 있는 대수로공사의 노하우와 경험을 높이 사고 있어 전망이 밝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도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는 의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대수로 3,4단계 공사발주를 앞두고 최 전 회장을 카운터파트로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은 "파산회사의 모든 관리경영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있다. 동아건설의 강제화의 복귀,최 전 회장의 경영권 회복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고,파산관재인도 "파산회사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집행기관으로서 경영권이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채권은행단도 "소액주주들이 최 전 회장을 이사로 선임했다고 해도 경영복귀가 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동아건설의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채권자 75% 이상의 동의와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하니 현재로서는 법률상 최 전 회장의 경영복귀와 회생절차는 불가능해 보인다. 당초 3,4단계 대수로공사의 발주가 가능했다면 그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동아건설을 회생시킬 의도였다면 채권은행단은 채권을 출자전환한 후 최 전 회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정한 수준으로 경영을 정상화시키면 출자전환된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옵션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 더 유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채권은행단의 당초 결정은 '부도나면 전화기 한대만 남는' 건설회사의 속성을 무시한 것 같고,지금은 대우자동차나 하이닉스의 해외매각과정을 볼 때 내국인 역차별 같은 의문이 든다. 최 전 회장의 경영복귀로 회생이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채권자 보호에 유리한 회생절차를 법률상의 애로나 진행된 절차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산의 이익'과 '회생의 이익'중 어느 것이 큰지 원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보는 탄력성이 아쉽다. '회생의 이익'이 크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투입된 공적자금을 더 회수하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법정관리나 파산절차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