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할인점 파트타이머] 자투리 시간내 돈 벌고...나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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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들의 주요 활동무대인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요즘 이런 곳에 가보면 여유롭게 쇼핑을 하는 대신 어엿한 사원 유니폼을 입고 정력적으로 일하는 주부들이 넘쳐난다.
이름하여 "주부 파트타이머"다.
1990년대 초반 일부 백화점에서 시간제 주부 사원을 채용한 것을 계기로 주부 파트타이머는 서서히 인기 부업으로 부각됐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엔 불경기 속에 한푼이라도 벌려는 주부들이 백화점 할인점으로 대거 몰렸다.
하지만 요즘엔 "돈이 궁하지 않아도" 자아실현을 위해 파트타이머 업무를 하는 주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주부 파트타이머의 활동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부 입장에서는 경제활동 참여 욕구를 채울 수 있어 좋고 미혼여성들의 이직률 증가로 구인난에 직면한 유통업체로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실생활 경험이 풍부한 주부 파트타이머들의 접객 서비스가 미혼 정식사원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노동인력의 질도 양호한데다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부 파트타이머의 고용비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일을 하나=상품 진열이나 판매,계산,포장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유아휴게실이나 락커룸을 운영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신세계나 롯데와 같이 백화점과 할인점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는 유통업체의 경우 주부 파트타이머들은 90% 이상이 계산대(POS)에서 캐셔로 일한다.
어느 정도 숙련되면 안내데스크나 영업팀으로 발령을 받아 매장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 판매직에 종사하는 경우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정식사원이거나 업체의 파견사원인 경우가 많다.
주부들의 경우엔 노동강도가 너무 세거나 장시간 근무는 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부 파트타이머들이 사회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눈에 띄는 주부 파트타이머의 업무는 "준법관리자"라는 일이다.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품 품질을 점검한다든지 매장에서 소홀히 하기 쉬운 부분(겨울철에는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기 설치 등)을 꼼꼼히 점검하는 업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부 파트타이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며 "향후에는 주부파트타이머들을 시급이 아닌 정식 연봉을 받는 정규직 판매직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조건은=하루 근무시간은 보통 6시간이다.
2~5교대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백화점 2교대의 경우 한주는 낮근무(오전10시~오후5시),다음주는 밤근무(오후1시~8시)를 격주로 하기도 한다.
휴일은 대개 한달에 6~7일씩 선택적으로 가진다.
임금은 근무일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60~70만원 수준이다.
일반 정규직 직원처럼 의료보험,고용보험 등 기본적인 복리후생도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엔 성과급이나 상여금도 나온다.
이 경우 연봉으로 치면 거의 1천만원 수준에 달한다.
아무래도 주부들에게 있어 파트타이머업무의 가장 큰 장점은 탄력적인 근무시간일 것이다.
출근 전과 퇴근 후엔 개인적인 업무나 가사일을 돌볼 수 있다.
이마트에서 일하는 한 주부는 "오전에는 오전봉사상품(오전10~낮12시),오후에는 5회 이상 매장에서 5~10분 정도 진행하는 타임 서비스,폐점 전 떨이상품 등을 이용해 알뜰쇼핑도 할 수 있다"며 "부업으로 돈도 벌고 경제적인 쇼핑도 하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아니냐"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격 조건=20~40대의 성실하고 건강한 보통 주부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업체에 따라 나이 제한이 다르지만 40대 후반이나 50대 주부들도 활동하고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채용이 되면 대개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게 된다.
일부 업체의 경우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추가적인 수당인 "숙련급"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박지연 POS운영팀장은 "호감가는 인상과 원만한 성격을 선호한다"며 "일에 재미만 느낄 수 있다면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지난 2000년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주부사원들을 모집할 때만 해도 과연 사회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의외로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하는 주부들이 많았다"며 "일하면서 얻은 자신감에 힘입어 음식점이나 옷가게 등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만두는 분들도 있다"고 얘기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