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클리닉]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뜬다

지난 1월 언론에 CDMA 단말기 제조업체인 큐리텔이 1조원 규모의 휴대폰을 수주했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됐다. 미국 오디오박스로에 휴대폰 5백만대를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휴대폰 단일 품목 수출로는 물량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여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큐리텔이 부도의 위기를 딛고 구조조정을 거쳐 일어선 기업이어서 더욱 초점이 됐다. 큐리텔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CRC(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의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CRC의 투자와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텍의 경영노하우를 접목, 기술개발 원가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부도기업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일등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CRC의 역할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들어 CRC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CRC와 기업구조조정조합의 구조조정 관련 투자 규모가 올해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CRC 및 조합의 구조조정 투자 실적(누계 기준)은 지난해 말 현재 2조7천4백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말 1조7백80억원보다 1백54.2%나 급증한 수치다. CRC의 투자액은 지난해 말 2조5백11억원으로 2백10.9%, 조합의 투자액은 6천9백1억원으로 64.9% 각각 늘어났다. 산자부는 "CRC 제도 도입 2년반 만에 구조조정 투자 실적이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올해안에 투자 누계액이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탄생 배경 =CRC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이 급증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진 교체, 불필요한 사업부문 정리, 재무구조 개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전문회사가 절실했다. 그러나 국내에 부실기업 처리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기업부실을 오랫동안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생산설비 기술 인력 등 경제적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99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관련 법을 만들었으며 그해 6월부터 CRC가 본격적으로 설립되고 조합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업무영역 =CRC 업무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인수.경영정상화.매각 부실채권 매입 기타 부수업무로 구분된다. 이중 CRC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경영권을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 경영정상화를 추진한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대상기업을 인수할 때는 주식취득 등의 방법으로 CRC가 경영권을 직접 인수하기도 하고 자회사 설립을 통해 대상기업을 합병하거나 대상기업의 영업을 양도받는 방식을 사용한다. 경영권을 인수하면 CRC는 경영진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 재무구조와 사업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게 된다. 대상기업이 정상화되면 CRC는 기업의 주식 영업 자산 등을 국내외에 매각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매각은 인수후 5년 이내에 하도록 의무화해 대상기업에 대한 장기지배를 방지하고 있다. 운용 현황 =CRC 설립이 사실상 시작된지 2년 만에 현재 1백개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등록했다. 납입자본금 총계는 1조2천9백억원에 달한다. 기업구조조정 조합의 경우 지난달말 현재 62개 조합 8천8백76억원이 설립됐다. 납입자본금이 1백억원 미만인 중소형 CRC가 83개사로 전체의 83.3%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유형별(조합분 포함)로는 경영권 인수가 70건(3천9백66억원)이며 부실채권 매입 5백98건(1조5천8백90억원), 기타 포토폴리오 투자 2백53건(7천5백56억원)이다. CRC 전문회사의 경우 경영권 인수 2천45억원(10%), 부실채권 매입 1조4천43억원(68.5%), 기타 투자 4천4백23억원(21.5%)을 기록했다. 부실채권투자는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 인수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인수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CRC 성과 =큐리텔의 경우처럼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KTB네트워크는 99년 말 조합출자금으로 코리아PTG를 설립해 신화유화를 P&A(자산부채인수방식)로 1백35억원을 투자해 인수, 흑자기업으로 만들었다. 또 소방기기를 만드는 상장기업 세진(현 Sedak)의 유상증자에 1백83억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당초 2004년에 화의를 벗어날 예정이었으나 2000년에 경영이 정상화됐다. 아이엠엠앤파트너스는 1백49억원을 투입, 속옷 생산 상장법인으로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라보라 지분 79%를 인수했다. 라보라는 지난해 12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동신제약은 98년에 부도가 났다가 CRC가 구조조정에 나서 2000년 2백5억원의 흑자에 이어 지난해 2백3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