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문기자의 '세계경제 리뷰'] 오닐장관과 양키스구장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달러화,그리고 뉴욕 양키스구장.' 셋 사이는 아주 가깝다. 오닐과 달러화가 밀접한 것은 당연하다. 달러정책의 책임자가 재무장관인 까닭이다. 그러나 오닐과 양키스구장,달러와 양키스구장 사이엔 아무런 연결끈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셋의 관계가 밀접한 데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15개월전으로 가면 그 사연이 나온다. 오닐 장관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인 2001년 2월 중순, 첫번째 G7회담 참석을 며칠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미 경제의 화두는 '강한 달러'였다. 정권이 교체된 지 한달도 안된 때라 새로운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할 것인가는 큰 관심사였다. 이 점을 염두에 둔듯 오닐은 달러정책으로 말문을 열었다. "국익을 위해 강한 달러가 필요하다. 강한 달러정책을 바꾸지 않겠다." 그래도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됐다. 하긴 그때는 미 경제가 신경제에서 벗어나 둔화되고 있었고,기업들은 강한 달러 탓에 수출이 안된다고 아우성을 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오닐은 다시 말했다. "달러정책이 바뀌면 양키스구장에서 악대를 동원해 공식 발표하겠다." 강한 달러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언이었다. 이것이 그 사연이다. 오닐 장관이 양키스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구장주인 뉴욕시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보통 3~4개월전에는 예약을 해야 양키스구장을 빌려쓸 수 있다. 아직까지 그가 예약을 했다는 소식은 없다. 따라서 최소한 올 가을 이전까지는 강한 달러정책이 바뀌지 않을 게 확실하다. 오닐이 끝내 양키스구장을 예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불어나는 경상적자,재계의 강한 달러 포기압력 등 미 경제상황이 오닐에게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양키스구장 사용 계약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날, 강한 달러정책에는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