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문 인식

지문(指紋)은 손가락끝 땀샘이 주위보다 솟은데다 서로 연결돼 생긴 무늬다. 궁상문·제상문·와상문으로 나뉘는데 궁상문은 융기선이 모두 다른쪽으로 흐르는 것, 제상문은 최소 하나는 시작한 데로 돌아오는 것, 와상문은 볼록한 쪽이 기점으로 향한 것이다. 높이와 폭에 따라 원형 중간형 타원형으로도 구분하는데 유전학상 타원형이 원형보다 우성이다. 통계상 동양인에겐 궁상문이 적고(2∼3%) 제상문과 와상문이 각각 45∼52%로 비슷하지만 서양인에겐 궁상ㆍ제상문이 많고 와상문은 적다. 지문에 대한 연구는 식민지 통치와 범죄 수사 등에서 비롯됐다. 영국관리 허셀이 인도에서 일하면서 고안한 지문 이용 개인식별법을 1858년 '네이처'지에 발표했고, 골턴은 허셀 자료를 연구해 지문이 변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런던 경시총감 헨리는 오늘날의 지문분류법을 만들었다. 지문분류법엔 헨리식 외에 독일의 로셔가 고안한 것도 있는데 오른손을 정표준번호로 하는 게 헨리식,왼손을 정표준번호로 하는 게 로셔식이다. 건물은 물론 현금인출기 노트북 휴대폰 등 보안이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열쇠나 비밀번호 대신 지문 홍채 등을 이용하는,이른바 생체 인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식료품체인에서 지문인식술을 이용한 손가락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소식이다. 업체로선 결제시간이 절약되고 위조수표를 걱정할 일이 없고, 이용자 또한 지갑이 없어도 돼 점차 늘어난다는 보도다. 지문을 비롯한 생체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분실ㆍ도난 혹은 해킹의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리함이란 또다른 복병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현금 대신 쓰는 신용카드가 업체의 고객관리에 이용되는 것처럼 지문인식시스템 또한 감시ㆍ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실제 부시 대통령이 '국경보안 강화 및 비자입국 개혁법'에 서명함으로써 내년부터 미국비자를 받으려면 지문이나 홍채 정보를 내놔야 한다. 지문인식이 또다른 전자 파놉티콘(감시용 원형 감옥)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건 지나친 우려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