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주인없는 월드컵 입장권
입력
수정
"거래선을 동반하고 서울 개막식에 갔다 왔습니다.
효과요? 이 이상 좋은 선물이 어디 있나요…"
월드컵 개막식을 일본 거래선 관계자들과 함께 참관하고 돌아온 상사 주재원 C씨.그는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어 관전을 포기했던 일본 거래선들이 경기를 보게 되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고 털어놨다.
입장권이 비즈니스에 효자노릇을 했다는 얘기다.
일본 월드컵조직위(JAWOC)가 바이롬사의 입장권 잔여분에 대해 인터넷 판매를 허용한 2일 새벽부터 현지에선 일대 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표를 구하려는 네티즌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바이롬의 서버는 4일도 온종일 과부하 상태다.
평소 같으면 단번에 열리던 조직위 홈페이지도 별 다를 바 없다.
5,6일 경기의 입장권을 전화로도 판매한다는 발표가 나간 4일 새벽부터는 전화통도 불이 났다.
인구가 한국의 3배 가까운 일본에서 입장권을 손에 쥔다는 것은 행운의 여신을 만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정티켓 수는 한국과 같은 67만5천장이지만,열성 팬이 워낙 많아 당첨확률은 바늘구멍이다.
일본국민과 언론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매대행사인 바이롬에 끌려다니다 정보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채 당일판매를 허용한 조직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블래터 FIFA회장의 비호를 등에 업고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해 관중석을 비게 만든 바이롬에 더 큰 화살을 날리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달려 관객을 우롱했다는 것이다. 일본-벨기에전을 치른 사이타마현의 지사는 대회에 앞서 "일본의 경기마저 빈자리가 생긴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그것도 두 나라가 손잡고 치르는 이번 대회는 입장권 문제로 초반부터 한·일 양국에 큰 손실을 끼쳤다.
수많은 팬들이 표를 구하기 위해 경기장 앞을 배회하는 순간에도 FIFA측 대변인은 "지금 상황이 위기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6년간 공들여 준비하고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라도 진상을 명쾌히 밝히고,주인없는 입장권이 단 한장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