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키戰 "축제의 장으로"

'이번 한-터키전은 양국간 우의를 더욱 돈독히하는 축제의 장으로.'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터키 대표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우리 군 당국과 서포터즈들은 29일 대구에서 열리는 3.4위전도 양국간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나라간 역사나 터키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감안할 때 터키를 앞장서서 응원해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과 맞붙게 돼 응원 열기가 예선전보다 못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특히 터키가 6.25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1만5천여명의 병력을 파견한데다 향후 10년간 10억달러 규모의 국산 K-9자주포(삼성테크윈 제작)를 수입할 예정이어서 고민의 골이 더욱 깊다. 10억달러는 단일 품목으로는 방산 수출사상 최대 규모다. 국방부 관계자는 "터키-브라질전 때 한국인 주심의 판정 시비로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에 폭파 위협설이 나도는 등 터키인들 사이에 한때 반한(反韓) 감정이 일기도 했었다"며 "다행히 국내 터키 서포터즈들의 열성적인 활동으로 이런 문제는 없어졌는데 혹시 이번 3.4위전 이후에 또다시 양국의 관계가 서먹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붉은 악마의 응원도 양국 선수들이 선전할 때마다 모두 격려해 주는 등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터키를 응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양국의 대표선수들이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멋진 경기를 펼쳐 전세계인에게 양국의 우의를 보여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터키전이 부담스러운 건 터키 서포터즈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터키 서포터즈에 공식 가입한 인원은 2천3백명 정도. 여기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등에 조직돼 있는 터키 응원단을 합칠 경우 이번 3.4위전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사람은 대략 1만명을 넘어선다는게 터키 서포터즈 관계자의 말이다. 심상용 터키 서포터즈 사무총장은 "아무래도 서포터즈들의 참여도가 이전보다 낮겠지만 그래도 형제국가를 응원한다는 차원에서 경기 당일 1백여명 가량이 서울에 모여 손에 태극기와 터키 국기를 들고 경기를 관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터키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도 터키와 우리나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승패에 집착하지 말고 양국을 모두 응원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수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