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마늘협상 책임회피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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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파문이 일고 있는 중국과의 2000년 마늘협상은 두가지 점에서 정부의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합의해 준 것이고,다른 하나는 합의 이후의 마늘농가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적당히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긴급수입제한 조치는 그 성격상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따라서 발동기한이 끝나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제한조치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때의 원인인 시장교란과 국내산업 피해 우려가 소멸됐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이는 수입제한기간이 끝나는 3년후에나 판단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는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미리 합의해 준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협상의 핵심내용을 부속서에 포함시킨 것은 은폐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처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합의 이후의 정부 자세다.
국가간 통상교섭의 경우 상대가 있는 만큼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특정산업분야에서 우리가 양보할 수도 있다.
마늘분쟁이 대두됐던 2000년 6월 중국은 중국산 마늘에 대해 수입제한조치를 취하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등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압박했었다.
휴대전화 등의 수출금액이 중국산 마늘 수입액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외면할수도 없었던 것이 당시의 정황이었음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협상당시의 정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합의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마늘농가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관계당국인 외교통상부와 농림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우리의 뒤떨어진 통상교섭 역량의 갖가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난 15일부터 서비스부문 등 도하아젠다 실천을 위한 실무협상이 시작됐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국내 의료 보건 교육 법률 등 국내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우려가 있는 중대협상이다.
우선은 정책당국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게 된 마늘농가에 대한 대책을 광범하게 강구하되 그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대외통상교섭에서 그같은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