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일리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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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돈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가성이냐 아니냐, 뇌물이냐 떡값이냐로 공방을 벌인다.
돈을 받은 자체만으로 공직자는 이미 그 품위를 잃었는데도, 법망을 피해가려는 궤변으로 일관하니 보기에도 딱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도덕성은 아예 뒷전이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공직자들에 대한 도덕.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중요하게 따진다.
지금 독일에서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마일리지 스캔들'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공무로 얻은 비행기 마일리지 보너스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줄줄이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녹색당 의원과 베를린시 경제장관이 사임한데 이어 트리틴 연방환경장관과 폴머 외무차관 등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고 한다.
스캔들이 급속히 확산되자, 티어제 하원의장은 전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마일리지를 개인용도로 썼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하원계좌에 입금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원 윤리규정에 "공무로 얻은 마일리지는 공무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명되는 여러 의원들이 공무와 사무(私務)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행정부나 국회에는 명문화 된 윤리규정이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경우 향응과 골프접대는 물론 5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받거나 전별금, 축.조의금 접수도 일절 금하고 있을 정도로 세세하다.
그동안은 실천이 문제됐으나 앞으로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며칠전 국회는 장상 전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장씨의 도덕성 상실이 아니었나 싶다.
당파간 정치적인 계산이 있었다 해도 앞으로 공직자의 처신에 대한 경종이 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우리는 청백리(淸白吏)에 대한 자긍심이 많았다.
청백리는 비단 재물을 멀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깨끗한 품성과 자신을 희생하는 덕성을 갖추었기에 그러했다.
독일과 장상씨의 예를 보며 공직자상(像)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