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美 증시의 새로운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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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전형적인 '트레이더 장세(Trader's Market)'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다.
트레이더 장세란 주가변동성이 심한 점을 겨냥,매수와 매도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해 투기적인 이익을 얻는 시장을 말한다.
지난 2주간 미 증시는 하루 주가변동폭(다우지수 기준)이 3백포인트를 웃돌았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40억주에 불과하던 공매도 거래량도 70억주에 달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트레이더 장세가 나타날 때는 미 증시가 추세적으로 전환된 적이 많았다.
최근 들어 뉴욕 월가 내에서 '주가바닥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미 증시를 짓눌러 왔던 불안요인들도 점차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끝난 미 기업들의 재무제표 인증에서는 대상기업의 약 93%가 서약했다.
마감시한이 촉박해 부진할 것이라는 종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우려했던 대대적인 회계수치 조정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번 서약결과를 추가적인 주가하락을 방지하는 정도로 그 의미를 축소 해석하고 있으나 분식회계 문제는 더이상 악재가 될 수 없다는 게 뉴욕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우루과이 브라질에 금융지원이 잇따르면서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중남미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그동안 미 금융기관들은 중남미지역에 대한 대출로 인해 부실채권을 크게 우려해 왔다.
지난주 중남미 사태가 진정되면서 미 증시가 금융주를 중심으로 크게 올랐던 것도 이런 메커니즘을 시사해 주는 사례다.
물론 중남미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좌파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남미 사태의 해결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자기책임의 원칙'을 내세워 중남미 사태를 방치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선별적인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고 있는 점이다.
이밖에 사실상 마무리된 2·4분기 미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 외로 괜찮다.
지금까지 발표된 미 기업들의 62%가 당초 예상선을 웃돌았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 달러화 가치도 안정세를 찾고 있어 최소한 미 증시 내에서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문제는 미국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미 증시의 최대 재료는 신뢰문제에서 경기문제로 넘어간 상태다.
갈수록 미국증시 참여자들의 관심은 '과연 미국경기가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지지 않고 언제 회복될 수 있는가'에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경기의 이중침체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미 경제의 여건이 괜찮다는 '미국식 펀더멘털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부시 경제각료들이 주축이 된 낙관론자들이다.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비관론자들은 이미 미 경제가 이중침체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인식차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인 색채가 깊게 깔려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측면이 많다.
이번에 이중침체를 우려하는 가장 큰 배경은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Anti Wealth Effect)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가가 2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말 미 주가(3대지수 거래량 가중평균)는 올 최고치에 비해 약 30% 정도 하락했다.
FRB가 추정한 역자산 계수를 감안한다면 그동안 주가하락으로 이미 약 0.7∼0.8%포인트 성장둔화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다행히 역자산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미 경제 성장률은 잠재수준을 웃돌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이중침체에 빠지느냐 여부의 임계수준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낙관론을 펴온 부시 행정부가 최근 한발 후퇴해 경기진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FRB는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서 '경기둔화 우려-완화'쪽으로 선회했다.
부시 행정부도 지난주 와코에서 열렸던 경제포럼에서 토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경기진작에 나설 태세다.
결국 앞으로 이런 정책대응의 성공여부에 따라 미국경기의 이중침체 방지와 증시회복세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