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분노한 農心
입력
수정
"김해지역은 낙동강 둑이 터졌는데 이쪽은 어떻습니까."
"여기도 피해가 크다."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수도 멀쩡해 보이고 침수된 곳도 없는데요."
"달린 과일이 상한데다 보관이 안돼 한꺼번에 출하하는 바람에 값이 엉망이다…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이)35∼40% 정도 밖에 안될 것 같다."
"농작물 보험제도가 빨리 시행돼야겠습니다."
"정부 말만 믿고 농사짓기 어렵다.
농작물 보험을 시행해도 태풍이나 해당되지,올 여름처럼 끊임없이 내린 비 피해는 포함되지 않을 게다."
지난 주말 11일 만에 제대로 맑은 해가 난 지방의 한 과수원에서 30년간 과일을 재배해온 숙부와 나눈 대화다.
이 지역은 평소에도 비 피해,물 피해가 거의 없는 곳이다.
이번에도 비는 많이 왔지만 김해 등지처럼 외형적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과일은 한꺼번에 나오면 '똥값'이다.
나무에 매달린 채 썩어가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밀려나온 물량을 신선하게 보관할 인프라도 없다.
행락지와 대도시 주변 길거리 트럭의 과일 판매량도 상당한데 비가 끊이지 않으니 이들 노점상도 '공치고',그 때문에 소비감소도 만만찮음을 농부들은 알고 있다.
보관시설 문제나,노점상 판매 모두 생산 다음의 단계,유통의 현대화와 관련된 문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화제가 바뀌었다.
"서울서는 집값문제가 왜 난리냐."
"여윳돈이 한군데로 몰리는 상황인데다 주민들은 담합하고 정부는 뒷북 친 탓도 있겠지요.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특히 문제입니다."
"지방에서 보기에는 서울과 수도권 전체가 난리다.
서울에서는 지역차난다며 연일 떠들더라만 서울지역 전체가 오른 것 아니냐.지방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사실 언론의 초점은 서울 수도권내 소지역 가격 차등에만 온통 관심이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관심도 없다.
도시에서는 주가가 20%만 떨어져도 관계장관이 모인다며 난리다.
그러나 농작물값은 반토막나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분노의 포도'처럼 농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