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약 쓰면 환자부담 커진다

미국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압력으로 시행이 불투명했던 참조가격제가 이르면 올해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이 적용되는 34개 약효군 1만6천여개 의약품 중 11개 약효군 4천5백14개 품목을 대상으로 참조가격제를 시행키로 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시행대상 약효군은 해열·진통제,진해거담제,항히스타민제,골격근이완제,소화성 궤양치료제,외용제,제산제,고혈압 치료제,고지혈증 치료제,당뇨병 치료제,정신분열증 치료제 등이다. 참조가격제란 건강보험에서 보상해주는 약값 상한액(참조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이보다 비싼 약을 쓸 경우 초과 금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병원의 고가 처방을 막는 동시에 환자들의 외제약 선호를 완화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참조가격제가 정착되면 연간 1천2백86억원의 보험 재정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다.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비싼 약을 주로 팔아온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 제도 도입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에 통상압력을 가해 왔고 급기야 지난번 개각 때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로비로 밀려난다"는 퇴임사를 발표해 파문을 낳기도 했다. 참조가격 수준은 동일한 약효군 의약품의 하루 평균 투약 약값의 2배로 결정됐다. 복지부는 "현재 투약 대상 의약품의 약 11%인 4백88개 품목이 환자 추가 부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환자의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특정 의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환자 △약값 부담이 큰 류머티스 관절염,아토피성 피부염,천식 등의 만성질환자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하거나 본인 부담 상한선을 두는 등 별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김성호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참조가격제 시행 방안을 보고받고 저소득층과 만성질환자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외국 사례도 조사해 시행 방안을 마련,다시 보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