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해님과 바람' .. 안종운 <농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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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과 바람'이라는 동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텁게 입은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님과 바람의 내기 말이다.
바람의 거센 위협에 나그네는 옷깃을 더욱 여미게 되고 해님의 따뜻한 햇살에 나그네는 두터운 외투를 벗게 된다.
광복 이후 두텁게 덧칠된 남북관계도 따뜻한 사랑으로 서서히 한꺼풀씩 벗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특히 인간 생존에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양식이 충족되지 않게 된다면 보통의 사람은 대개 정상적·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다고 해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섣부른 판단을 하거나 포기하지도 말자.
한끼한끼가 허기진 동포의 배를 채우고 그들의 차가운 의식을 조금씩 녹여줘 50여년의 간극을 메워주고 이것이 통일의 단단한 기반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쌀 지원과 같은 교류는 분단 이후 형성된 동족간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초석이 되고 자연스러운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또한 북한 식량지원은 1천3백만석에 이르는 재고누적으로 쌀값 하락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농민들에게는 쌀값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며,당장 11월로 다가온 추곡수매시 창고 여석 부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충분한 쌀을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동포와 나눔의 기회를 가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따뜻한 햇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도 있다.
이들이 느끼는 부족감은 북한 동포들과 달리 상대적인 빈곤감이 더 클 수 있다.
이는 '나눔'이 부족한 데서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로서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해 시가의 약 50%,결식계층에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급식소에는 시가의 약 15% 가격에 쌀을 공급하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이웃간 따뜻한 나눔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나눔'이 우리나라 수재민들에게는 포근한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북한 동포에게는 따스한 햇살이 되어 생활의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