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육아휴직수당 확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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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영아를 탁아소에 맡기는 여성근로자에게 고용보험에서 10.5개월 동안 월 20만원의 탁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여성에게 월 20만원의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에겐 혜택이 없다는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해 탁아수당을 신설키로 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는 가능한 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탁아수당 신설 구상은 그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은 지금도 실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용률이 극히 저조한데다 탁아수당이 신설되면 오히려 육아휴직 사용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모성보호에 역행할 소지가 있다는 여성계의 지적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탁아수당을 고용보험 재정에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없지 않다.
물론 현행 고용보험법에서 육아휴직급여와 산전후 휴가급여를 고용보험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성격이 비슷한 탁아수당 지급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은 일시적이나마 실업상태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것이 논리적인 모순이 없다고 할 수 있으나 탁아수당은 취업상태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탁아수당을 꼭 추진할 생각이라면 그 재원은 일반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
노동부는 현실여건상 일반예산으로 탁아수당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반면,고용보험의 누적적립금 합계가 4조9천억원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 재정형편이 좋으니 지출을 늘려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선심성 지출은 곤란하다.
일용근로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과 함께 주5일 근무제를 6개월 앞당기는 중소기업의 신규인력 채용비용 50%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보험재정 사정이 좋다면 마땅히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순서다.
노동부가 실업보험료와 고용안정보험료를 내리기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지만 선심성 지출을 억제해 보험료 부담을 더욱 줄이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보험재정이 튼튼해진 근본 배경이 실업률이 낮아진 때문이지만 경기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도 고용보험 운용을 방만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허다한 정부관리 기금이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방만한 재정운용에 있었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