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1년] 전세계 '테러 경계령'

9·11테러 1주년을 맞은 미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 국민들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언제 단행될지 숨을 죽인채 지켜보고 있다. 11일 단행될 테러 1주년 행사를 전후해 발생할지 모를 추가 테러 가능성으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도 9일 이같은 우려를 반영,대국민 성명을 통해 "과격한 단체나 개인들이 국내외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며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무부는 "보안이 강화된 공공시설 대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레스토랑,예배장소,학교 등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며 가급적 이런 곳을 피해달라"고 촉구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주년 행사가 벌어지는 뉴욕 및 워싱턴 지역에 있는 금융회사 전기업체 운송시설 등을 대상으로 경계강화에 나섰다. 또 오리건주 포틀랜드공항에선 불법여권과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한 이슬람 종교 지도자 아브디라만 카리예(40)가 이날 체포됐고 일부 고등학교에선 정체 불명의 분말가루 가방이 발견돼 임시 휴교조치가 내려졌다. 외국에 있는 미국의 군사기지나 대사관에도 최고도의 경계령이 내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은 10일 테러위협에 대비,문을 닫았다. 9·11테러 1주년 행사를 앞두고 고조되는 불안감은 이라크 공격문제와 연관되면 증폭되는 양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통한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제거에 정치 생명을 걸다시피했다. 최근 한달 이상 이라크 이외의 정치 경제 이슈는 잠복해 버렸다. 언론은 물론 각종 세미나도 온통 이라크에 집중돼 있다. 미국으로선 대테러 전쟁의 제1목표였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 궤멸과 새 정부 수립에 성공한 후 제2목표인 후세인 대통령 제거를 위해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를 공격해야만 하는 증거와 당위성을 요구하는 독일 프랑스 및 러시아 중국 등의 소극적인 자세로 미국은 외교적인 고립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주년 추모행사를 마친 다음날인 12일 국제연합(UN) 연설을 통해 대 이라크 전략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연설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임지 조사 결과 미국 국민 2명 중 1명은 미국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 행정부도 수주일 내 군사공격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테러 1주년을 맞으면서 미국은 또다른 테러전쟁을 앞두고 9·11 직후 못지 않은 불안감으로 뒤덮여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