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1년] 금융 4社 잿더미속 기적회생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WTC)내에 있던 사무실을 날려버린 회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테러 당시 WTC 건물에 입주해 있던 2백3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1백72개사)가 여전히 뉴욕 맨해튼에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6%는 미국내 다른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3% 가량은 아예 외국으로 이사를 갔다. 입주사들은 컴퓨터 가구 등의 파괴로 52억달러의 피해를 입었고, 고장난 주식거래 시스템을 복구하는데 32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로펌인 세르코사이몬의 대니얼 글록 변호사는 "테러로 인해 수십명의 유능한 변호사들이 목숨을 잃어 수많은 고급정보가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고 말했다. 법률회사인 힐베츠앤내시의 마크 재프 파트너는 "1백2년간 기록해온 수백만장의 소송 관련 서류들이 불타 없어졌다"면서 "그래도 남은 자료를 챙겨 회사 업무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본사를 잿더미에 날려버린 채권중개회사 캔터 피츠제럴드를 포함, 일부 금융회사가 1년만에 기적적으로 회생, 주목을 끌고 있다. 전 직원을 잃다시피한 피해를 딛고 일어선 이들은 캔터 피츠제럴드와 키페 부루예트 앤드 우즈, 프레드 알거 매니지먼트, 샌들러 오닐 앤드 파트너스 등 4개사. 피해규모와 회복 수준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테러의 아픔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9.11 1주년을 맞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그 당시 9백60명의 직원중 6백58명을 잃었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력 손실이 컸던 이 회사는 망자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인터넷채권중개회사인 E스피드의 업무를 더욱 강화,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희생된 직원가족들에게 수익의 25%를 기부했고 앞으로 5년간 이같은 기부를 계속키로 했다. 회사 영업담당이사는 "9.11 테러 전 만큼 이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회생한 것은 기적"이라고 자평했다. 자산관리회사인 프레드 알거 매니지먼트도 세계무역센터내에 있던 직원 45명중 35명을 잃었다. 은퇴 후 스위스에서 여생을 보내던 창업자 프레드 알거는 회사를 이끌던 동생 데이비드의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다시 회사로 나와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