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 살오른 장어 '활력'을 드세요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를 많이 찾지만 사실 가장 맛있는 시기는 가을이다. 동면을 앞두고 영양분을 비축한 가을 장어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기름지고 쫄깃하다. 그 중에서도 낚시로 잡아 올린 자연산 장어를 으뜸으로 치는데 까다롭기가 여간 아니다. 빛을 싫어하는 장어의 특성 때문에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작업을 하는데 뻘의 바닥까지 길게 늘인 낚시 줄을 조심스럽게 까딱거리다가 장어가 바늘을 건드리면 잽싸게 채 올린다.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30m의 줄을 2~3초면 말아 올린다. 이런 노력의 대가일까,자연산 장어는 양식에 비해 대여섯배 정도 비싸다. 퍼덕거리며 발버둥치는 자연산 장어는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 있는 짙은 은회색을 띈다. 여느 생선과 마찬가지로 회맛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장어의 맛은 개펄이 좌우하는데 오염된 개펄에선 장어가 살 수 없고 영양이 풍부하고 진한 개펄에서 양질의 장어가 많이 난다. 장추(충무로 극동빌딩 뒤,02-2274-8992)=유명 장어집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 영산강부근 단골집에서 매일 30 의 싱싱한 민물장어가 올라온다. 갖은 한약재로 달인 소스를 발라 초벌구이한 장어를 어슷하게 썰어 불판에 올린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장어를 보면 군침이 돈다.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도 정갈하다. 곰삭은 멸치젓은 특유의 향으로 깔깔한 입맛을 돋우고,심심하게 볶은 무나물도 장어의 기름기와 잘 어울린다. 제대로 구운 장어를 한 점 입에 넣으면 통통한 살집이 어금니에 쩍쩍 들러붙을 만큼 쫄깃하다. 좀더 진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고추장구이도 많이 찾는다. 얼얼할 정도의 자극적인 매콤함은 아니지만 알싸한 양념이 느끼한 장어의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곁들여 내오는 작은 뚝배기의 추어탕은 전문점의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걸쭉하고 구수하다. 균형있는 소스의 배합과 탱탱한 육질이 장어구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남서울 민물장어(강남 노보텔 건너편,02-544-1010)=오미장어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한 집. 오미장어는 1kg에 대략 5마리 정도가 달린다하여 붙여진 이름. 주문을 하면 장어 뼈 튀김,장어 죽,소스가 나오고 40~50cm는 족히 될만한 막 잡은 장어를 턱하니 불판에 올려놓는다. 소스를 앞뒤로 서너 번씩 바르면서 뒤집어야 적당히 간이 베는데 제대로 익으려면 30분은 걸린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보니 손님이 몰릴 때는 종업원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진풍경을 자아낸다. 함께 내오는 장어죽은 고소한 장어의 향이 은은히 베어 있어 입맛을 당기는데 입안의 잡맛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장어를 덮고 있는 캬라멜 색깔의 매끄러운 소스에서는 한약재의 향이 깊게 묻어난다. 살이 그다지 통통하지 않지만 흐느적거릴 만큼 부드럽다. 장어뼈를 대여섯 시간 끓인 후 배추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구수한 장어국은 일부러 찾아와 먹을 정도로 별미. 샐러드처럼 새콤 달콤 아삭거리는 겉절이와 간간한 장아찌들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임진강 민물장어(강서구 염창동 나이아가라 호텔 뒤,02-3663 7900)=올해로 20년째. 장어구이 한가지로 강서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집. 오랜 전통을 말해주듯 가게는 온통 장어 냄새로 진동을 한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인기메뉴. 장어는 전량 전라도 양식장에서 구매해 온다. 주문을 하면 그제서야 장어를 잡고 처음부터 손님 테이블에서 굽기 시작하는데 살이 실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구워진 장어를 입에 넣으면 살이 뭉게지듯 흐물흐물하다. 짜지 않게 밑간을 한 소금구이는 장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담백하다. 진하고 고소한 양념구이는 더욱 쫄깃한 데 같은 장어임에도 씹는 맛이 각별하다. 일반적으로 장어의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동치미 국물을 같이 내오는데 이 집은 미역냉국을 서비스한다. 국물의 시원함이 장어 특유의 느끼함을 가셔준다. 달착한 소스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