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고개드는 '한국경제 경착륙' 우려

우리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언급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수출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과도한 개인대출에 따른 '신용버블'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중 신용버블은 우리가 보기에도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고 거품이 깨질 경우 곧바로 가계파산과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제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협하는 커다란 복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가계대출을 급팽창시켰던 부동산경기가 세계적으로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대목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주택시장의 장기활황이 증시침체기에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선 주택재고가 늘었고 부동산 담보대출의 체납률도 10년래 최고치(1.23%)를 기록하는 등 활황세가 마감될 조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에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은 채권의 부실화 문제로 주가와 땅값이 19년 전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경기와 금리 주가는 물론이고 부동산경기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라고 해서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갑작스레 빠질 경우 나타날 파장과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는 대목이다. 9월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백5조원으로 이중 올들어서만 51조원이 늘어났고,대출수요가 상당부분 부동산 매입 등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부실을 우려한 은행이 대출금 회수경쟁을 벌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것은 필경 금융경색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경기를 급랭시키는 요인이 될 것 또한 분명하다.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증시가 기력을 차리지 못하고 있고 특히 은행주와 카드주 등의 하락폭이 심한 이유도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그같은 점을 우려해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축소토록 유도하고 있고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실시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9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6조원이 늘어나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거품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격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신용거품 붕괴로 경기가 급속히 후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