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비즈쿨'에 거는 기대

지난 21일 경기도 일산정보산업고.'청소년 비즈쿨(비즈니스+스쿨:실업계 고교생들에게 창업및 경영마인드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시범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에서 운영성과 보고회와 시범수업이 열렸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중소기업청,한국경제신문이 추진해온 '청소년 비즈쿨'의 운영성과를 보고하는 이번 행사에 경기도내 2백여명의 실업계 교사들이 참가했다. 시범수업 주제는 '내게 맞는 창업 아이템 찾기'.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이었고 수업진행을 맡은 박장순 교사도 의욕에 넘쳐있었다. 흔히 '실업계 학생은 공부 열의가 떨어질뿐만 아니라 인문계 고교생들에 대한 열패감에 젖어 있는 아이들'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이날 '비즈쿨' 시범수업에선 여지없이 빗나갔다. "실업계고교의 어려움이요? 정부가 너무 인문계에만 매달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실업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게 문제입니다." 시범수업을 진행한 박 교사는 "실업계는 너무 소외돼왔기 때문에 조금만 밀어주면 발전할 겁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참관 교사는 "이른바 개발독재시대 이후 정부는 실업계 육성을 진지하게 접근해 본 적이 없었다"고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뒤 "그동안 제대로 된 실업교육을 시킬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전무'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시범수업에선 학생들의 다양한 창업아이디어들도 선보였다. 경기도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의 잠재력에 새삼 놀랐다"며 "우리 어른들이 너무 몰랐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사회도 여러분에게 관심을 보일 겁니다." 시범수업을 마치면서 박장순 교사가 학생들에게 들려준 훈시에도 '비즈쿨'에 대한 기대감이 배어 있었다. 그동안 이공계 기피현상에다 기름때 묻히기를 한사코 싫어하는 신세대의 정서에 밀려 방황해온 실업계 고교가 나아갈 이정표가 '비즈쿨'에서 일단 마련된 셈이다. 내년부터 정부예산사업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비즈쿨'사업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