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저예산 영화' 제작 증가 .. 흥행결과 따라 수익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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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스태프가 돈을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든 후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 '무보수 저예산 상업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출연진 전원이 무보수로 참여한 코미디영화 '묻지마 패밀리'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 영화사 '필름있수다'는 무보수의 옴니버스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화사 '필름픽쳐스'도 배우와 스태프가 무보수로 참여하는 저예산 상업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배우들이 투자 지분을 받는 대가로 영화에 무보수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배우 전원이 무보수로 출연,기여도에 따라 흥행이익을 배분하는 제작방식은 영화계에 올들어 처음 등장했다.
이같은 제작방식은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등 대작들의 흥행 참패로 얼어붙은 영화시장에서 신인 감독과 스태프들의 역량을 검증하고 투자위험을 줄이는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첫 무보수 저예산 상업영화인 '묻지마 패밀리'는 3개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로 지난 5월말 개봉돼 4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당초 배우 출연료가 없었기 때문에 순제작비 3억6천만원,배급홍보비 6억4천만원 등 총 10억원만 투입해 16억7천만원을 벌었다.
순익 6억7천만원 중 공동제작과 배급을 맡았던 영화사 청어람의 몫을 제외하고 80% 이상이 이달 중 출연진(1백20여명)에게 분배된다.
출연배우 신하균 류승범 임원희 정재영 박선영 등은 출연료가 보통 1억∼2억원에 이르지만 이 작품에선 교통비 정도만 받았다.
연출자들과 촬영 조명부문 책임자들은 무보수였고 일반 스태프에게도 교통비와 기기 재료비만 지급됐다.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장진 감독은 "무보수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적은 부담으로 배우나 스태프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앞으로 장편 상업영화를 이같은 방식으로 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