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다목적車 판매중단 위기] 산자부.환경부 異見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의견조율에 실패하는 바람에 인기차종인 경유(디젤) 다목적(RV)차의 국내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1일 관계부처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자동차생산업체 시민단체 등이 '배기가스 총량 감축을 전제로 한 일부 차종 계속 생산' 등을 골자로 맺은 경유차 생산 관련 협약(올 8월19일)이 부처간 의견 차이와 시민단체의 탈퇴 등으로 무효화될 처지에 놓였다. 관계부처들과 시민단체가 기존 협약 및 협약준수 수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않을 경우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기아자동차의 카렌스2를 포함한 경유 RV의 내수 판매가 올스톱될 수 있다. 이 경우 그동안 협약에 맞춰 배출가스 감축설비를 갖춰온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국 자동차업체들마저 한국시장에서 비슷한 차종을 팔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이 문제가 통상마찰로 비화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했다. ◆부처간 이견이 문제=문제의 협약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은 부처간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지난 6월 협약체결에 앞서 당사자간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시민단체의 참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대상 심사의뢰를 했다. 결국 규개위가 협약 정식체결 이후인 9월초 '규제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자 산자부는 협약효력중지를 환경부에 통보했다. 이같은 산자부 조치에 반발한 30여개 시민단체들은 9월 17일 경유차 문제 해결 공동위원회를 전격 탈퇴했다. 이에 환경부는 "경유차 문제에 산자부가 너무 깊숙이 개입한다"며 협약서 문구를 수정,다시 지난달 28일 규개위의 인정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경 5일자 2면 보도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협약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위원회 참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경유 승용차도 논의 시급=환경부 대기보전국 박천규 교통공해과장은 "규개위의 인정으로 경유 다목적차 문제는 시민단체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경유 다목적차량 외에 승용차도 허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RV인 현대의 싼타페처럼 배기가스 총량 삭감을 전제로 경유 승용차를 생산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MIT대의 국제자동차연구소 한국대표인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내수판매로 인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유 승용차 허용이 전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환경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뒤 부분적으로라도 빨리 허용해 생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