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산으로 가는 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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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보통신부의 최대 화두는 컴퓨터 그래픽 산업 육성이다.
어떻게 하면 잘 깔린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초고속망을 잘 활용하려면 우수한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기반이 되는 컴퓨터 그래픽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이상철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한 강연회에서 "앞으로 3년간 1조원 정도를 투자한다면 컴퓨터 그래픽 산업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IT(정보기술)펀드에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런 맥락에서 30여편의 글로벌 컴퓨터 그래픽 대작 콘텐츠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15명의 대표단을 컴퓨터 그래픽 강국인 미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컴퓨터 그래픽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투자 확대를 명분으로 민간기업들을 압박해 만드는 3천억원 규모의 IT투자펀드를 인프라 구축 대신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다는 건 아무래도 잘못된 일"이라며 "정통부가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직접 나설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에 대한 비판론의 근거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과연 콘텐츠 제작이 정부가 직접 해야 할 일이냐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산업을 키우려면 정부가 '라이온킹'처럼 30여편의 대작을 만들어 세계에 배급하겠다는 허황된 목표 대신 기업들이 컴퓨터 그래픽 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기술 개발을 북돋는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설령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선 그동안 업계를 중심으로 대작 콘텐츠물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왔으나 성공한 작품은 드물었다.
잘못하다간 민간기업이 낸 피같은 돈만 까먹을 수도 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맡고 있는 문화관광부와의 업무 중복도 지적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심판을 봐야 할 사람(정부)이 직접 선수(기업)로까지 나서선 곤란하다.
강현철 산업부 IT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