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2주제.끝 : (18) 동북아 허브 선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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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등 세 나라간 동북아 R&D허브 개발 경쟁이 뜨겁다.
중국은 베이징의 중관춘, 상하이의 푸둥신구에 이어 광둥성 선전, 저장성 항저우, 쓰촨성 청두 등에도 R&D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중관춘에서 시작된 R&D센터 설립 붐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쓰쿠바과학단지 구마모토테크노폴리스에 이어 후쿠오카에 아일랜드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R&D 허브 개발을 통해 경기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도 대덕연구단지와 포항 등을 R&D 허브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R&D 허브 구축이 동북아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동북아 R&D 허브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중국과 일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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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
지난 10월17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하이테크공업단지.
위유쥔(于幼軍) 시장을 비롯한 선전시 시정부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해외 취재진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오라클 선전 R&D(연구개발)센터' 개소식에 모였다.
오라클의 아시아 첫 R&D센터 개소행사가 세계 IT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위 시장은 "오라클 R&D센터로 선전은 이제 아시아의 IT분야 R&D 허브로 등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오라클 R&D센터의 케빈 월시 연구원은 "R&D 합작파트너인 롄샹(聯想)과 힘을 모아 중국 소프트웨어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오라클뿐만 아니다.
같은 10월에만 노키아가 항저우에 통신기술 R&D센터를 설립했고, CA는 쓰촨 청두에,델컴퓨터는 상하이에, 브로드비전은 쑤저우에 각각 R&D센터를 열었다.
현재 중국에 설립된 선진 외국기업의 R&D센터는 1백여개.
올들어서만 30개가 들어섰다.
모토로라의 경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 18개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한국기업으로서는 삼성이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R&D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LG전자 SK 등도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연구개발 센터를 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 다국적 기업연구소의 왕즈러(王誌樂) 소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다국적 기업의 중국 R&D센터 설립 붐이 중국전역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 R&D센터가 중국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다.
중국 R&D센터에서 거대한 현지시장에 맞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인재 활용도 또 다른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중국에는 값싸고 우수한 IT 인재가 풍부하다.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해외파들도 많다.
델컴퓨터의 상하이R&D센터 켄 랑세 소장은 "2백70명 연구원중 전원을 중국인재로 채용했다"며 "이들의 평균 연봉은 1만2천달러로 미국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은 또 중국 R&D센터를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중국 R&D센터를 아시아공략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왕즈러 소장은 "다국적 기업의 R&D센터 설립은 중국의 막강한 제조업 능력과 기술을 융합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 역시 외국기업의 R&D센터 유치를 통해 연구개발 수준을 제고,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시정부는 R&D센터 설립에 필요한 장비 도입에 대한 세금면제 등을 담은 '해외 R&D센터지원 규정'을 내놓았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 일본 ]
'아시아의 R&D 및 비즈니스 허브를 꿈꾼다.'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시가 하카타만에 조성한 4백㏊의 간척지에 '아일랜드 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신산업 허브를 건설, 후쿠오카를 아시아의 새로운 R&D 및 비즈니스 센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아일랜드 시티는 항만.물류, 신산업.연구, 복합교류, 주택, 환경지구 등으로 짜여지며 아시아.국제 비즈니스, 의료복지, 정보기술(IT) 특구 등 3대 특구가 들어선다.
아시아.국제 비즈니스 특구엔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각국 기업과 일본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위한 지원시설이 마련된다.
의료복지 특구엔 의료기관을 비롯 생명공학 관련 산.학 협동연구를 위한 장이 세워진다.
IT특구엔 고속.대용량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IT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국제컨설팅회사인 (주)아시아비즈니스센터의 고모리 마사키 대표는 "2004년부터 일부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해 2014년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과 맞먹는 경제규모 =규슈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48조5천4백억엔으로 한국 및 네덜란드와 비슷한 규모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산업 등에 힘입은 것이다.
이 지역의 인구는 1천5백여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후쿠오카의 경우 평균 연령이 38.6세로 일본 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생산연령 및 연소자 인구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일본을 겨냥한 신제품의 테스트 마케팅 장소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뛰어난 R&D 및 비즈니스 환경 =지난해 닛케이 산업소비연구소가 일본의 비즈니스맨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후쿠오카는 '살기 좋았던 곳'에서 1위, '거주를 희망하는 곳'에서 삿포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교통 쇼핑 음식 주거환경 등이 우수하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후쿠오카 인근에는 12개 이공계 대학과 7개 이공계 단기대학이 있다"며 "풍부한 인력자원 공급이 R&D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완벽한 교통 인프라 =후쿠오카는 아시아대륙과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공항 항만 등 교통 인프라도 뛰어나다.
후쿠오카 공항은 일본 국내는 물론 상하이(비행시간 90분) 서울(70분) 등으로도 연결된다.
지난해엔 일본공항 가운데 이용자가 1천9백44만명으로 3위, 화물 취급량이 4위를 차지했다.
공항에서 후쿠오카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덴진까지는 지하철로 1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카타항의 최근 10년간 국제 컨테이너 취급량도 3배로 늘었다.
일본에서 첫 개발된 '하카타항 컨테이너화물 IT시스템(HiTS)'을 활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컨테이너 화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후쿠오카(일본)=장경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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