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지구촌 가족의 축제일이다. 그런데 정작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 거리에는 그 흔한 트리 전구 하나 켜져있지 않고 캐럴도 들리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속하는 베들레헴시는 올들어 이스라엘이 취해온 일련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항의표시로 아무런 축하행사를 갖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예수가 탄생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지난 4세기께 건립된 예수탄생교회조차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기독교의 최대 성지중 하나로 꼽히지만 순례객은 드문드문 눈에 띌 정도란다. 생일상을 차려놓고 들썩거려야 할 곳이 스산한 분위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12월25일을 예수탄신일로 경축하고 있지만 태어난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탄생에 관한 기록은 많지만 성서 어느 구절에도 예수의 출생일자에 대한 기록은 없다. 지금의 크리스마스가 정해진 것은 4세기 후반부터라고 하는데, 이전까지는 동방교회나 예루살렘에서 1월6일을 탄생일로 기념했다.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쳐진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 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설은 고대 로마에서 지키던 동짓날이다. 당시 로마의 이교도들은 동지절(12월24일∼1월6일)을 명절로 지키고 있었는데 로마 주교가 이교도들을 정복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로마 이교도들이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신일'이라 해서 이날 축제를 벌였는데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이 같은 날 예수탄생을 기념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밖에 로마교회가 동방교회와 달리 원래부터 12월25일을 탄신일로 정했었다는 주장도 있다. 크리스마스인 오늘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메시지가 울려퍼지고 있지만,대립과 갈등은 여전하다. 연말연시의 부산한 마음을 추스르고 이웃사랑을 한번쯤 확인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