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무원들의 고민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한 경제부처 간부의 일성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과 인수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싼 그의 느낌을 요약하면 '혼돈'이었다. 그가 말하는 '혼돈'의 상당 부분은 노 당선자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성향이나 경제관 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을 제외하고는 공직사회와 직접 맞닥뜨린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인수위원회 인사들의 면면은 이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부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무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학자출신 인사들이다. 대세론을 좇아 다른 후보에게 줄을 댔던 공직자들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 관료사회의 혼돈 그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여전히 불투명한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정책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관료사회의 혼돈은 무엇보다도 시급히 정리돼야 할 '현안'임에 분명하다. 이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고위 관료들과 노 당선자,그리고 정권 인수위원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관료들은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읽는 눈'이 국가를 떠받쳐온 관료집단의 힘이었지만,지금은 기존 사고의 틀속에서 이 눈을 잃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동력인 '젊은 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고,그 에너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실재하는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해야 한다. '주류가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기존의 관념을 버리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려 할 경우 영원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원회와 노 당선자는 관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료사회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료사회는 누가 뭐래도 국가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행정에 대한 전문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집단이다. 새로운 희망을 가꿔나가기 위해 관료들의 역사인식과 노 당선자의 현실인식이 새롭게 만나야 할 시점이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