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시대] 증권업계 각광받는 직종 : '퍼널리스트' 뜬다

'자본주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주식시장.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는 큰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게 됐다. 외환위기를 몰고온게 금융위기였지면 그 극복과정은 금융부문 인력의 정예화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특히 증권업계에는 해외유명대학 MBA는 물론 실물부문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재들이 넘쳐난다. CEO(최고경영자)보다 연봉이 더 많은 고연봉자가 수두룩하다. 증권업계의 3대 직업으로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브로커를 들 수 있다. 이중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증권업계의 '쌍두마차'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엔 이들 직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겸하는 '퍼널리스트(funalyst)'가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퍼널리스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퍼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트스를 합친 신조어다. 단어 자체가 함축하듯 투자 대상 기업을 직접 방문해 조사.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 여부까지 결정하는게 퍼널리스트의 임무다. 최근 국내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 등 자금을 직접 굴리는 소위 '바이사이드(buy-side)'에서는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퍼널리스트를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기업탐방이나 장세 진단을 맡으면서 투자포트폴리오까지 짜면 보다 정확한 투자판단이 가능해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미있는 것은 영입 대상 퍼널리스트가 주로 '셀사이드(sell-side)'로 분류되는 증권사 출신 애널리스트라는 점이다. 현재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집합체는 지난해 6월 설립된 리캐피탈투자자문이다. 대표인 이남우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이 회사의 인력은 대부분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대우증권에서 통신장비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허성일 상무, 모건스탠리증권에서 자동차와 소비재부문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황기두 이사, 신영증권 IT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승우 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종우 운용전략센터 실장도 알아주는 퍼널리스트다. 대우증권의 간판 투자전략가였던 그는 10년간 스트래티지스트와 4년간 펀드매니저 경력을 거쳤다. 대투운용의 김재호 투자전략팀장은 2년간 음식료 등 기업분석팀 애널리스트, 4년간 해외펀드운용을 거쳐 현재 주식운용을 위한 투자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브로커의 '미래'는 자산관리사 =거래 수수료를 먹고사는 지점 브로커들(증권 영업맨)은 요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프라이빗뱅킹(PB) 시대를 맞아 단순 브로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합 자산관리사(FP)를 지향하는 추세다. 이처럼 브로커들 사이에서 자산관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사이버거래가 전체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과거보다 마진폭이 떨어진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까지 아우르는 등 다양한 재테크 영역에서 고객의 '부(富)'를 불려주는 자산관리업무로 '난관'을 타개해 보겠다는 것. G증권사의 브로커 P씨는 "PB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수년내에 금융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증권협회에서 주관하는 FP 자격증을 작년에 미리 따두고 고객들과도 좀더 다양한 재테크 상담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넓혀가는 직업전선 =금융산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증권업계에서는 보다 전문화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올들어 증권예탁원에서 최초로 변호사를 고용한 것도 자본시장에 특화된 법률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만큼 금융산업의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직종이 세분화되는 추세다. 주식.채권 선물이나 국제영업, 금융상품 개발, 장외파생상품, 기업금융팀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담당 등은 최근 전문화 노선으로 가면서 인기가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내에서도 각 영역에서 전문화 바람이 일고 있어 수년내에 사내 부서이동이 훨씬 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