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대란' 피해배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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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27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망 불통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와 포털사이트,온라인 교육업체 PC방 등의 경우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송의 당사자로 거론되는 KT 등 ISP(인터넷 접속서비스사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명백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며 법률적 해결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통신망 사업자들이 사고의 원인을 MS사 제품 자체의 결함이나 정부의 업무 소홀을 주장할 경우 이번 사태는 연쇄적인 소송사태를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C방들의 소송 준비=전국 2만5천여개 PC방 중 1만4천5백곳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허명석)는 이날 이번 인터넷 대란으로 발생한 2백25억원 규모의 피해에 대해 KT 등 주요 ISP를 대상으로 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비회원까지 포함해 전국 2만5천여개 PC방을 상대로 피해금액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이 불통된 시간대의 직접 피해 1백억원,재개통 이후 손님이 감소한 간접 피해액 1백25여억원 등 모두 2백25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KT,데이콤,두루넷,하나로,드림라인 등 주요 ISP 업체에 대해 피해보상과 인터넷 통신료 인하를 요구한 뒤 협의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파크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도 사태가 진정되고 책임 소재가 파악되면 소송 등 필요한 절차를 통해 보상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적 논란=피해자들은 일차적으로 KT나 하나로통신 등 ISP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이들 업체가 인터넷망 관리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박혁 정보통신부 법률자문관은 "ISP들이 보안 패치를 설치하도록 고객들에게 요구할 권한이 있다면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약관 등에 그런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을 경우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KT측은 이용약관에 보안 문제와 관련한 권한을 담은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다만 혜화전화국 도메인네임서버(DNS)에 접속이 폭주했을 때 보안 책임자가 웜 바이러스 활동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포트를 계속 열어뒀던 게 보안책임자의 고의 과실이라면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SQL서버를 5만여대 생산해 판매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6개월 전에 보안패치를 배포했고 e메일을 통해 알렸다고 하지만 책임을 다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배상받나=법무법인 율촌의 윤윤수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개인이나 업체가 통신망 제공 업체와 계약 때 맺은 약관 내용의 정해진 손해배상 범위에 따라 배상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약관에 손해배상 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도 서비스 제공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그러나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막상 재판에 가서는 피해의 책임 소재와 책임 정도를 가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통신망 사업자들도 사건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데다 이들이 통상적인 수준의 관리 의무를 수행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철·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