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람들] 외곽순환로 '북한산터널' 현장소장 김문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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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장흥면 문대리 북한산국립공원 내 사패산 끝자락.
대통령직 인수위가 3월 말까지 공사 중단을 연장하고 노선을 재조정키로 한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터널 구간인 이 곳은 중장비나 건자재 대신 나뭇가지와 합판을 잇대어 만든 망루가 들어서 있고 '터널공사 결사반대' 등을 적은 플래카드와 울긋불긋한 깃발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다.
"환경단체와 불교단체들의 주장대로 아예 공사를 중단하든지, 노선을 변경하든지 빨리 결판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6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노선(일산∼퇴계원)중 4공구 사패산터널 공사를 맡고 있는 LG건설 김문호 소장(45)은 착잡한 심정부터 토로했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벌써 10개월째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지금쯤 15% 가량 됐어야 하는 공정률이 1%예요. 삽 뜨자마자 손을 놓았으니…"
김 소장은 상황은 비슷하지만 시민단체에 '걸리지' 않아 터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옆공구(3공구)만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 순수 공사 손실만 따져도 3백억원이 넘어요. 2006년 6월30일까지 공사를 못마치면 매일 3억3천만원씩 위약금을 내야 하는 데….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공기 못맞춥니다."
공사장 인근 장흥 주민 황기태씨(47)는 "환경단체야 원래 '건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어서 반대하는게 이해가 가지만 정부가 줏대없이 너무 왔다갔다 하다보니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만 중간에서 아주 난처해졌다"며 김소장 편을 든다.
김 소장은 터널 노선에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터널이 환경파괴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환경단체 요구대로 우회 노선을 채택하면 터널보다 2배 이상 산림을 훼손하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인수위 방안대로 여론 수렴을 위해 공기를 미루고 제3노선을 택할 경우 훨씬 비용이 더 들게 뻔해요."
그는 노선이 바뀌면 설계비 공사비 등으로 줄잡아 9천5백억원 이상을 더 쏟아부어야 하고 공기도 2012년까지 6년 정도 연장하는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답답한 마음에 최근 직원들과 의정부 시내를 돌며 직접 설문조사를 했다.
"4일 만에 1만명의 찬성 서명을 받아냈죠. 경기 북부에서 서울을 오가려면 동부간선도로와 3번 국도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극심한데 외곽순환고속도로가 뚫리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믿는 지역 주민이 늘어난다는 증거죠."
그는 최근 한 단체에서 공사 재개에 대해 온라인 투표를 벌인 결과 8 대 2로 찬성이 많아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자 1억달러가 유치될 예정인 6월을 걱정했다.
"일본계 자본인데 NGO(비정부기구) 입김으로 대규모 SOC 사업이 좌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투자를 백지화하겠다고 했다네요."
김 소장은 "이제는 반대가 아니라 돈이 없어 공사를 못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만약 잘못되면 외국 자본이 국내 SOC 투자에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