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금감위ㆍ공정위원장 거취 .. 교체說 솔솔

'과연 누구의 '코드(code)'가 대통령과 안맞는 것일까'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금융감독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교체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직에 대한 원칙적인 임기 존중' 방침을 밝혔지만, 최근들어 청와대쪽에서부터 '교체' 얘기가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물갈이'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 당사자들은 아직껏 확실한 언질을 받지 못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부터 코드가 안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보좌진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지 못했거나, 아니면 업무 처리 미숙으로 이같은 혼선을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현재 교체설을 흘리고 있는 청와대쪽 기류를 종합하면, 노 대통령이 '원칙적인 임기 존중' 의사를 밝힌 만큼 강제적으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고 '본인들이 알아서 사표를 내면 수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3일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모양좋은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뒤에 이런 추측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의 얘기는 청와대쪽의 이런 기류와 거리가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 취임식 때 이미 '사표'를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전달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언질만 있으면 언제든 물러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어 노 대통령이 첫 조각 발표 때 '임기 존중'의 뜻을 재차 밝히자 판단이 더욱 어려워졌고, 이후 청와대 인사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에서도 이 위원장은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교체설'이 흘러나온 5일에도 청와대쪽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분명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의사도 모르는데 경솔하게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재신임을 묻겠다는 확실한 언질만 있으면 곧바로 사표를 낼 것"이라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이남기 공정위원장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전했다. 두 기관은 상황이 이렇게 된이상 어차피 임기를 채우기는 어렵게 된 만큼 모양새를 갖춰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금감위원장과 공정위원장 교체 여부에 대한 혼선이 계속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갖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또 이들 위원장의 거취가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금감위와 공정위의 정상적인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금감위원장의 경우 청와대쪽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애초에 '유임' 카드를 꺼냈지만, 청와대 내 개혁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 때문에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심각한 인선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상선 대북지원과 관련,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 위원장 개인의 '자리 보전' 욕심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 위원장측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