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USTR 보고서에 대한 대응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3년 무역정책 의제 및 연례보고서'를 통해 12가지의 한ㆍ미 통상현안들을 적시했다. 거의 대부분이 적어도 한번쯤은 미국이 제기했던 것이고 보면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말대로 "이번 보고서가 한ㆍ미 통상점검회의 결과를 기술하는 등 현안과 내용면에서 예년 보고서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일수록 통상공세가 거세진다는 사실 하나만 상기하더라도 '협상의 환경' 또한 예년과 비슷할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에 담긴 내용중에는 유심히 관찰해야 하거나 우리의 대응태세를 다시 점검하지 않으면 안될 사안들이 적지않다. 우선 반도체가 그렇다. 이번에도 미국은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이 WTO보조금 협정위반이라고 들고 나왔지만 이것은 채권단의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주장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좋지않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의 제소로 국내 반도체업체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가 진행,예비판정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 가운데 반도체 가격마저 하락추세다. 게다가 하이닉스 지원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의회에 제출되는 등 정치적 압력도 가해지는 느낌이다. 반도체의 경제적 비중이 큰 우리로서는 이를 예의 모니터링해야만 할 입장인 것이다. 무선인터넷 플랫폼표준(WIPI)도 마찬가지다. 본질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서로 호환되게 함으로써 콘텐츠도 활성화하고 낭비도 막아보자는 것인데,미국은 이것이 WTO 기술장벽(TBT) 협정상 기술규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기술규제도 아닐 뿐더러 그런 논리라면 미국을 포함,어느 나라에서도 기술규제가 아닌 게 없는 셈이 된다. 결국 미국의 목적은 자국의 퀄컴사가 개발한 플랫폼을 표준으로 채택하라는 압력에 다름아닐 수 있다. 지난번 '한ㆍ미 통신분야 협상'에서도 그랬지만 이 문제가 통상현안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상 정연한 논리개발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전자재조합(GMO) 식품 표시제 철폐 등 생명기술분야에서의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제적 추세로도 그렇고, 소비자의 안전 및 선택권과도 관련된 것인 만큼 반박할 것은 분명히 반박해야 할 것이다. 그외 자동차 의약품 등 나머지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통상공세가 거세질 수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통상현안 전체를 다각도로 분석해 대응태세를 점검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