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中 지도부의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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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들은 요즘 연일 지난 5년 간의 경제실적을 홍보하고 앞으로의 고성장을 자신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 완바오는 '중국경제 올해도 고성장 지속 가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내용과 다를 바 없지만 이를 새삼 부각시킨 것이다.
중국 경제일보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특집판을 통해,최근 5년간 △경제성장 △외자 △무역 △인프라 △외환보유고 등 5개 부문이 모두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며 '빛나는 별'이라고 표현했다.
전인대에서의 정부업무 보고도 장밋빛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5년간 연평균 7.7%의 고도성장을 달성했다는 만족감이 배어있다.
하지만 베이징 거리에 나가면 그런 자신감이 불안감으로 퇴색된다.
요즘 베이징 거리는 빨간색 완장을 두른 사람들 투성이다.
전인대 기간 중 생길지 모르는 불미스런 일을 막기 위해 7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공안 퇴직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 말고도 베이징 시내에 10만명,시 외곽에 10만명의 공안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대 개막 직전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서 사제폭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더욱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인대 개막 하루 전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인민대회당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때아닌 '베이징 관광'을 해야 했다.
원래 택시 정차가 불허된 장안가를 지나는 대로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행사장 주위에서 함부로 내리면 잡혀간다"며 멀리 가서 내려주는 통에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중국 지도부의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선부론(先富論)에 기초한 개혁 개방은 고성장과 함께 빈부격차 확대라는 '그늘'을 만들었다.
지도부는 그 그늘에 있는 농민 등 저소득계층이 적의가 담긴 행동을 할지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전인대에서는 향후 5년 간 중국을 이끌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새 정부의 공과는 경제지표뿐 아니라 5년 뒤 치러질 제11기 전인대 기간 중 베이징 시내에 투입될 공안 숫자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