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BW 조기상환 요구 잇달아 .. 증시침체 여파 주식보다 현금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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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8백만달러어치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아이빌소프트.이 회사는 최근 만기가 4년이나 남은 이 사채에 대한 조기 상환요구가 갑자기 들어오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금이 인터넷 교육서비스 사업에 대부분 투자된 상태여서 상환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결국 같은 등록기업인 비젼텔레콤에 경영권을 넘기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택했다.
코스닥기업들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 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이라크 전쟁 위험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 주식 연계채권 보유자가 만기를 한참 남겨둔 상황에서 채권 조기상환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채권 보유자들이 BW 등을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현금으로 되돌려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자들의 조기 상환요구에 따라 이미 주식연계채권의 일부 또는 전액을 갚은 기업은 올들어 10여개에 달한다.
특히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상당수가 채권 조기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텔스타는 지난해 4월 발행한 해외 CB 2천만달러에 대한 조기 상환청구가 들어온 상태라고 밝혔다.
에스엔티는 지난해 3월 발행한 6백만달러 규모의 해외 BW를 최근 자기자금으로 모두 갚았다.
지이티는 지난 99년 6월 사모방식으로 발행한 CB 13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취득했으며 로커스 중앙디자인 맥시스템 등은 1년 전에 발행한 주식연계채권을 조기에 상환했다.
기업들은 채권 상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신규 사채 발행에 나서기도 한다.
한글과컴퓨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해외 BW의 조기 상환을 위해 86억원의 자사주신탁계약 금액 중 81억원에 대한 계약을 지난달 해지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 이전에 이런 주식연계채권 발행 사실이 있는지를 과거 공시 검색을 통해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