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바그다드 분위기) 참호속 피신

미국이 20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세 차례에 걸쳐 공습했으나,바그다드는 공포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또 다른 공습에 대비,집안에 있거나 참호로 피신해 있다. 이 가운데 미군은 이라크의 한 라디오방송국을 장악,시민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일부 외신들은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이라크 국영 TV와 라디오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침략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히 항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인 우다이는 "오늘은 우리의 땅을 수호하고 우리가 자기 희생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라면서 "우리는 신에게 맹세한 대로 거룩한 순교자나 승리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긴박감이 감돌았던 바그다드는 이날 오후 대공포의 굉음이 사라지자 승용차와 버스 등이 평소처럼 운행하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 바그다드 시내의 전기 및 수도 등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습 경보 해제 사이렌이 바그다드 전역에 울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앞서 시민들은 19일 밤 늦게까지 양초 등 생필품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이라크의 한 국영방송을 장악해 바그다드 시민들에 대한 선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이라크가 공격을 받고 있다. 후세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기다리는 날이 왔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8개 반정부 단체들은 이날 이라크에 민주정부를 건설하고 이라크 영토를 보전키로 다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미국 터키 관리들과 이틀간 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반정부 단체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완전한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반정부 단체들은 "이라크의 독립과 주권,영토 보전,국가적 통일성을 유지해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쿠웨이트는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자 시내 곳곳에 탱크와 장갑차를 새로 배치하고 공무원들에게 24시간 대기 명령을 내리는 등 전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수도인 쿠웨이트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폐쇄했으며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도 중단시켰다. 쿠웨이트의 한 관리는 "공항 직원과 항공권을 가진 사람만을 선별적으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의 유전에서는 석유생산이나 유조선으로의 선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이 관리는 밝혔다. ○…이라크전이 개시되자 뉴욕 경찰은 폭발물 탐지견과 방사능 탐지기 등을 동원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자살 폭탄테러나 방송국 점거 등에 대비해 비상경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뉴욕 시민 7백여명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19일 밤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타임스퀘어에 모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전 연설을 지켜봤다. ○…홍콩의 펀드매니저들은 이날 이라크전쟁이 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메릴린치의 스펜서 화이트 투자전략가는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뉴스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잠시라도 자리를 떠서는 안된다"며 "돌발 악재가 터질 가능성도 높은 만큼 언제라도 주식을 매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BNP 파리바 페레그린의 레이몬드 푸 투자전략가는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개전 첫날 아시아 증시는 0.4% 상승했으며 3개월간 전체적으로 22.2%나 올랐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펴기도 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