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다국적기업들 "한국법인 겁나요"

다국적기업들에 한국법인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발군의 경영실적으로 본사 이익에 대한 기여도가 높을 뿐 아니라 활발한 해외진출로 같은 회사의 현지법인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본사에서는 한국법인장을 한국인으로 교체하는가 하면 글로벌 생산 및 판매거점으로 육성하는 등 '예우'도 달라지고 있다. ◆최대 경쟁자는 한국법인=세계적 엘리베이터업체인 미국 오티스사의 24개 해외법인에 한국법인인 오티스LG(대표 장병우)는 일본의 미쓰비시나 독일의 쉰들러보다 더 부담스런 경쟁상대다. 오티스LG는 지난해 7천5백억원의 매출과 1천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익을 기록,오티스의 24개 해외 생산법인 중 랭킹 5위를 차지했다. 오티스 본사의 전체 매출(8조2천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 이익기여도는 10%에 달한다. 국내시장 공략만으로는 이같은 경영실적을 올리기는 불가능한 일. 매출의 35%를 해외에서 끌어오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는 한국시장 이상의 텃밭이다. 중국 내 5개 생산법인이 있지만 오티스LG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제물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공사비 8백만달러로 러시아 내 단일 계약으로는 가장 컸던 모스크바시내 초고층 아파트 3개동 64개의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수주,오티스러시아의 넋을 빼놓았다. 지난해부터는 오티스독일에 매년 1천만달러어치의 에스컬레이터용 구동기 3천대를 수출하고 있고 오티스중국에도 구동기용 모터 등을 연간 8백만달러씩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오티스LG 창원공장 연구소가 오티스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로 승격되는 등 본사의 '대접'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법인 근무는 승진 코스=볼보건설기계코리아(대표 에릭 닐슨)도 본사의 핵심사업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매출 6천3백억원,당기순익 7백2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볼보건설기계그룹 내 11개 해외사업장 중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판매대수 7천대를 기록,세계시장 점유율을 98년 4.1%에서 7%로 끌어올렸다. 볼보건설기계그룹 내 전체 매출비중도 20%로 수직상승했다. 생산량의 70%를 해외에 판매하고 있고 이중 유럽과 미주지역 비중이 각각 50%와 30%에 이른다. 이같은 고속성장 덕분에 전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토니 헬샴 사장은 볼보건설기계부문 본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본사마저 인수=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는 최근 미국 투자전문펀드사와 공동으로 이탈리아 본사 의류와 패션부문을 3억5천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의 현지법인이 그룹 본사의 사업부문을 역(逆)인수한 것. 휠라코리아는 91년 한국지사로 출발,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휠라의 최우량 현지 법인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도 매출 2천74억원,영업이익 2백65억원을 올렸다. ◆예우도 달라져=암웨이코리아(대표 박세준)는 미국 본사의 대표적인 효자 법인이다. 지난 회계연도(2001년 9월∼2002년 8월) 매출이 8천73억원을 기록,외환위기 당시인 98년 1천1백60억원보다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1천2백29억원을 기록했고 이에 따른 배당액도 7백22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경영성과를 인정,미국 본부는 한국법인 총사령탑을 법인설립 11년 만인 지난해 한국인 박세준 사장으로 바꾸는 등 현지화를 위한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테스코(대표 이승한)도 영국 본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지난 99년 합작 당시 2개에 불과했던 홈플러스 매장이 4년 만에 22개로 늘었고,지난해엔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서 국내 할인점 업계 2위에 올라섰다. 영국 테스코사의 2002년 연간보고서 표지에 한국 홈플러스 매장 사진이 실렸고,유럽과 아시아 12개국에 산재한 1천여개 테스코 매장 매출 순위에서 10위권에 홈플러스 점포가 5개나 포함되기도 했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은 "단순히 영국 모델을 따라하는 '지점'이 되기보다는 한국형 할인점을 기본 컨셉트로 정하고 선진 유통기법을 받아들인 게 성공 열쇠"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이심기.류시훈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