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멎는듯 '울릉도 비경'] 성인봉···기암괴석···그리고 작은섬들

고속 훼리호가 저만치 서 천천히 항구로 들어오자 육지 손님들을 맞으려는 울릉도 사람들이 서둘러 모여든다. 2백 명은 족히 넘을 듯한 여행객들.하루 한 번씩 늘 이만큼의 여행객들이 들락거리 울릉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학여행,효도관광,가족 여행 등으로 많은 이들을 품어 주던 섬이다. 울릉도가 내 놓은 비경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이들은 좌우로 우뚝 솟은 해안 봉우리 사이에 포근하게 감싸인 듯한 도동항의 모습에서부터 벌써 감탄사를 늘어 놓기 시작한다. 울릉도는 성인봉을 중심으로 바다로 뻗어 내려오는 듯한 지형인 탓에 절벽 사면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화산의 활동으로 이루어진 섬.그 구석구석에 내 놓은 천혜의 관광자원들은 어떤 섬보다도 울릉도를 유명하게 해 주었다. 원시림과 기괴한 형상으로 깎여진 절벽과 부속 섬,그리고 바다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이어진다. 도동항에서 걸어서 20여 분 남짓 올라 간,울릉도 여행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도동 약수공원이다. 섬이라 하면 대체로 물이 부족하거나 설령 지하수가 있다고 해도 약간의 염분을 머금고 있는 것이 보통.그런 탓에 이 외딴 섬에 맑고 시원한 약수가 샘솟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여행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울릉도의 생활을 살펴 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과 독도수호의 의미를 담은 독도박물관도 이 곳에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는 해돋이 전망대 역시 도동 약수공원 관광포인트.봉래폭포는 성인봉 원시림에서 용출된 지하수가 모이고 모여 늪과 높이 25m의 3단 폭포를 만들어 낸 울릉도 최고의 비경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습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폭포 주변의 울창한 삼림이 신비로움을 전하는 것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의 눈을 시원하게 틔워준다. 폭포내에는 밀양 얼음골을 떠올리게 하는 풍혈이 있다. 한 여름에도 섭씨 4℃ 정도의 찬바람이 나와 아예 몇몇 관광 지도에는"천연 에어콘"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었을 정도.폭포 주변의 원시림을 한껏 느껴 볼 수 있는 삼림욕장도 함께 두고 있다. 거친 섬 지형은 여전히 울릉도의 일주도로를 미완성인 상태이게 하고 있다. 현재 북면쪽은 해안 일주 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섬의 남쪽 서면으로 향하려면 여전히 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라 해도 여전히 울릉도 여행의 백미는 섬과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는 유람선 관광이다. 만물상과 울릉 3경 등이 대표적인 해상 유람 코스.보는 위치에 따라 만가지 형상으로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만물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상 기암절벽.해질 무렵 더 다양하고 또렷하게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이 곳은 흑비둘기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울릉3경은 공암,관음도,삼선암 등 울릉도 본 섬 주변의 명소 세 곳을 일컫는 말.마치 장작을 쌓아 놓은 듯 해풍과 파도에 절묘하게 깎인 공암은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이 터널 같아서 작은 배들은 쉽게 통과할 정도.관음도는 서로 맞닿아 있는 구 개의 큰 굴을 내 놓은 무인도.특히 갈매기의 낙원으로 불리는 울릉도이지만 관음도에는 유난히 갈매기들이 섬을 뒤덮을 만큼 몰려든다. 배를 타고 굴을 통과하다가 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어떤 이들은 이 물을 관음수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관음도를 지나 선창마을을 돌아 나가면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 삼선암과 마주하게 된다. 가까이 붙어 있는 두 개의 이름은 부부바위.그 보다 멀찍이 홀로 떨어뜨려진 것을 일선함 혹은 가위바위라 부른다. 거센 파도를 맞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바위섬의 풍경은 울릉도를 더욱 인상 깊게 한다. 울릉도의 부속섬 가운데 가장 큰 죽도도 빼 놓을 수 없는 해상유람 명소.단 1가구만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지만 나름대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전망대 등을 내 놓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나무의 집단 서식지.하지만 울릉도를 찾는 이들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하지만 그다지 쉽지가 않은 것이 성인봉 등반이다. 해발 984m의 성인봉 등반에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정도.만만치 않은 코스로 이어지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만큼의 가치를 훨씬 뛰어 넘는다. 미륵산과 형제봉,나리령등의 봉우리들을 발아래 두며 원시림으로 덮인 나리분지와 섬,바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릉8경의 하나인 추산의 용출소와 나리동의 비단단풍이 비경에 더해진다. 섬을 둘러싼 기암섬을 배경으로 매일 펼쳐지는 일출과 낙조도 놓칠 수 없다. 남양 해변과 내수전 해변이 일몰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하지만 저동항 방파제나 촛대바위 부근에서의 일출과 태하리 해변가에서의 낙조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촛대 바위 너머에서 붉게 용솟음 치는 아침해는 이미 많은 사진과 영상에서 만나오던 모습이기도 하다. 그저 경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해도 울릉도는 주변의 많은 즐길 것들을 마련하고 있는 섬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낚시.각종 어종의 보고라고 할 만큼 참돔,돌돔,벵에돔,방어,우럭 등이 풍부해 아예 낚시를 목적으로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대여섯 군데의 대표적인 포인트로 배를 타고 가 갯바위 낚시를 즐긴다. 스쿠버 다이빙도 제법 인기가 있는 레포츠.섬에는 스쿠버 센터 한 곳이 현재 영업중이인데 초겨울에는 수심 30미터까지도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울릉도의 바다는 맑기로 소문나 있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다 보니 울릉도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당연히 울릉도를 변하게 하는 것은 "손님 육지"들이다. 자연이 훼손되거나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여행을 떠나온 이들이 남겨 놓은 씁쓸한 여운은 섬을 어수선하게 해 버렸지만 다양한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며 울릉도 여행이 점점 편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속 훼리가 섬과 육지를 오가며 뱃길을 줄여 주었고 젊은 취향을 맞추기 위해 햄버거와 토스트,커피를 함께 내 놓는 카페도 생겼다. 이제 해안도로가 완성이 되면 50대가 조금 넘는 울릉도 택시들은 구불구불한 산길이 아닌 시원한 도로를 따라 더 신나게 달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울릉도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변함 없는 이유 하나. 신생대 때부터 이미 만들어진 화산섬이 내 놓은 청정한 비경 때문이다.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