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SK 경영참여 요구' 파장] SK텔 경영권방어 출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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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문제가 가장 화급한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SK텔레콤측은 외국인 등에 의한 적대적 M&A 시도가 있다 하더라도 우호 지분을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한데다 외국인이 이를 무기로 사사건건 경영에 간섭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경영권 방어 대책 =SK텔레콤은 크레스트가 SK㈜의 지분 15% 이상을 인수해 SK㈜의 의결권이 상당부분 사라지더라도 당장 경영권에 위협을 받게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는 SK텔레콤 주식 20.8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크레스트가 15%이상 매집해 SK㈜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간주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크게 낮아진다.
외국인은 SK텔레콤 주식의 4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법 때문이다.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14일 현재 40.91%이다.
여기에 SK텔레콤 주식 20.85%를 보유하고 있는 SK㈜가 외국인으로 합산되면 외국인 총지분은 61.76%에 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49%를 초과하는 SK㈜의 지분 12.76%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SK계열사 전체 의결권도 24.07%에서 11.31%로 낮아진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일단 자사주(10.23%)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와 협약을 맺고 이들에게 자사주를 예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SK글로벌의 지분(3.06%)도 우호세력으로 구분된다.
포스코와 같은 국내 기업들도 외국인의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측은 "SK계열사 보유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하면 30% 이상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활동 위축 우려 =SK텔레콤이 적대적 M&A 시도를 좌절시킬 역량이 있다 하더라도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다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이 총 49%를 넘지만 않는다면 외국인이 SK텔레콤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SK텔레콤 주식을 확보한 외국계 펀드가 연합해 경영권 획득을 시도할 경우 49% 제한만 넘기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가들이 연합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면 회사차원에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들만 차익을 얻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최근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 투자비를 줄이라는 외국인 주주들의 항의를 받아 주가폭락 사태를 경험했던 SK텔레콤은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사항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아직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미래를 위한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의 간섭이 심해지면 신규사업 추진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회사 인수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등 신규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이 계열 분리와 같은 지배구조 문제도 제기, SK텔레콤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