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외국계 은행의 여신한도 축소

일부 외국계 은행이 한국기업 및 시중은행들에 대한 여신한도를 동결하거나 축소했다고 한다. 최근 국내외금융시장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웬 뚱딴지같은 행동이냐며 기업 및 은행관계자들은 반발할지 모른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의 여신한도 축소 조치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사안의 실체 그 자체보다 실체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여신한도를 축소하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더욱 확산돼 나간다면 나라 전체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지난 90년대 말 IMF 사태가 닥치기 앞서 외국계 은행들이 여신축소에 나섰다는 사실을 우리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분명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호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상승무드를 타고 원화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외평채 가산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의 여신한도 축소 움직임은 외국인들이 한국경제 및 한반도 상황을 여전히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우리는 북핵 관련 다자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 위기가 완화되고 있고 SK글로벌 사태의 파장도 점차 진정돼 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이 여전히 국가 리스크가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이나 은행들의 신용도 믿을 만한 수준이 못되는 것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다. 외국계 은행의 여신한도 축소 조치가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IR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북핵 관련 다자회담에서도 외교적 노력을 통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지속적인 회계선진화 작업을 통해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