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숨쉬는 경제학 맛보세요 .. '경제학 들어가기'

"경제학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어려운 용어나 수식은 일반인들에게 지뢰와 같죠.소설 읽듯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됩니다.그래서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사례들을 풍부하게 담았습니다" 최근 "경제학 들어가기"(법문사,2만7천원)를 펴낸 이준구.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두 사람은 딱딱한 경제학의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과육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문턱을 낮춘 것뿐만 아니라 눈높이도 맞췄다.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와 일반인을 위한 대중서의 장점을 접목시킨 것이다. 이들은 시장과 가격,소비자와 생산자,상품시장과 경쟁,생산요소시장과 소득분배 등 경제학의 큰 줄기를 약도 그리듯 보여준다. 미시·거시경제 이론도 이야기하듯 설명한다. 소비자가 좀더 낮은 가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탐색행위' 개념을 소개할 때 뜨내기 손님이 많은 역 앞 음식점과 단골이 많은 기사식당 사례를 인용한다. 겉모습만 그럴 듯한 상품이 주로 거래되는 '개살구 시장' 대목에서는 그릇 만드는 최씨와 김씨를 등장시킨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설명하는 코너에서는 '납꽃게'와 서해교전을 예로 든다. 수입 냉동꽃게에서 납덩어리가 발견됐다 해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꽃게값이 서해교전으로 수확량이 줄어들자 큰 폭으로 뛰었던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높은데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20만개를 10달러씩에 수출하고 ?당 50달러의 쌀 4만?을 수입했다. 그런데 반도체 수출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수입할 수 있는 쌀은 2만?밖에 안된다. 그래서 실질구매력의 잣대가 되는 국민총소득은 그만큼 줄어든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올해부터 도입된 최신 통화지표도 상세하게 설명해놨다. "경제학이 서구사회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피부에 와닿는 사례로 설명한 것이죠." 60여장의 컬러사진도 '살아있는 경제학 입문서'의 자랑이다. 남대문시장과 자동차 생산 공장은 물론이고 패션쇼와 스키장 풍경,피카소의 옛 그림까지 렌즈에 담았다. 백화점 매장을 촬영할 때는 몇번이나 제지당해 결국 '몰래카메라'기법으로 찍었다고 한다. 각 장에 '생각해봅시다' 코너와 '요약''중요개념'을 실었고 맨 뒤에 용어·인명색인을 꼼꼼히 정리해놨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면 엷은 오렌지색으로 처리된 사례들만 읽어도 유용하다. 글=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