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좋다] (역대 대통령의 골프실력) 盧대통령 '핸디캡 28' 수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 실력과 골프관은 어떠했을까. 현 노무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핸디캡 28(그로스 1백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비서실 참모진 및 일부 장관들과 함께 태릉CC에서 라운드를 했는데 17번홀에서 난생 처음 버디를 기록하며 94타의 스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임 중에는 워낙 일정이 빡빡해 연습할 시간이 없는데다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아 앞으로 '실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골프 관계자들의 예상. 노 대통령은 취임 초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많이 주었으나 최근엔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역대 대통령중 가장 골프를 좋아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요즘도 자주 골프장을 출입하는데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인 이순자 여사가 경기도 분당 인근의 G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 고가의 나무를 기념식수하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대단한 장타자로 소문나 있다. 보통 2백30m 이상을 날린다는게 수원CC 한 캐디의 전언이다. 전 전 대통령은 라운드하면서 잔디를 보수하거나 청소하는 일꾼들을 만나면 흰 봉투에 소액의 돈을 담아 건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유의 보스 기질이 라운드 중에도 발현되고 있는 것. 지금도 라운드하기 전이면 5공시절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 미리 골프장에 도착해 전 전 대통령을 맞을 채비를 한다고 한다. 또 백을 실은 차가 도착하면 일반 골퍼들처럼 골프장 직원이 백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호원들이 백을 들고 곧바로 경기진행실로 가 골프장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는 소문도 있다. 라운드는 보통 2∼4팀씩 단체로 즐긴다.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일화 중에는 언듈레이션이 심한 아시아나CC를 돌다 6번홀을 마치고 "무슨 이런 골프장이 있냐"며 짐을 챙겨 돌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80타대 중반의 실력을 보유한 전 전 대통령은 예전에 한 골프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라운드하기 전날에는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학생처럼 마음이 설레 잠을 설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청남대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것도 전 전 대통령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에 대해 아주 적대적이었다. 재임기간 골프를 안 치겠다고 공언했으며 청와대 경내에 설치된 골프연습장까지 철거토록 조치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임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 부부가 애용한 이 연습장의 볼 줍는 일을 경호ㆍ경계업무 중인 수방사 30경비단 사병들이 한다는 보고를 받고 무척 언짢아하며 즉각 연습장 자체를 없애도록 했다고 한다. 청남대 간이골프장도 김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애용했으며 김옥숙 여사도 임기 말에는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를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골프에 대한 생각만큼은 개방적이었다. 특히 임기 초인 지난 98년 IMF사태로 국민들이 고통당하고 있을 때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자 훈장까지 수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5월 한장상 프로로부터 골프를 배웠다. 당시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m, 폭 10m 되는 간이연습장을 만들어 놓고 입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푸른 잔디 위를 걷는 골프의 재미가 좋구만"하면서 감탄을 자주 했다고 한다. 특히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다. 말 그대로 '1퍼트 OK'였다. 국가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1m 정도 되는 거리를 넣으려고 신경쓰는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박 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1퍼트 OK'에다 스윙 등 전반적인 실력을 감안해 보면 핸디캡 20(그로스 92타) 정도의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