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산업 1兆 시대 연다] 게임.애니메이션.영화등 콘텐츠 다양화

한국 만화산업의 시장규모 1조원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동이 걸렸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만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통해 현재 연 6천억원대인 소비시장 규모를 오는 2007년까지 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산만화의 소비시장 점유율도 현재 37.4%에서 5년 뒤에는 70%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추진키로 한 것은 만화가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원작산업,즉 '원소스 멀티 유스(OSMU)'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만화산업의 현 주소는 여전히 취약하다. ◆왜곡된 시장구조=문화관광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1년말 현재 국내 만화산업의 소비시장 규모는 6천33억원. 세계최대의 만화강국인 일본(5조3천1백70억원)의 11.3% 수준이다. 특히 국내 만화소비시장 중 판매시장은 7백23억원(12.0%)인데 비해 대여시장이 5천1백40억원(85.2%)을 차지한다.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의 만화 대여점은 9천8백55개인데 비해 만화가게는 2천8백곳으로 지난 96년(4천9백46곳)에 비해 43%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여시장이 판매시장을 잠식하고,작가에 대한 보상이 없는데다 작품과 출판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소비시장에서 국산만화의 점유율은 37.4%(2천2백55억원)에 불과한 반면 일본만화들이 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만화출판 업체당 36종 수준이던 일본만화는 지난 98년 이후 84.9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00년부터 일본만화 점유율이 국산만화를 추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구조는 만화가들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대본소용 만화를 양산해 만화 전반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근대적 유통망=국내 만화출판사들은 평균 매출액의 20% 이상을 유통손실이 잠식한다고 아우성이다. 도매상이나 총판 등의 유통업체들도 매출 대비 20∼30%의 유통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만화전문가 1백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만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여시장(23.7%)과 함께 낙후된 유통구조(20.6%)를 꼽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판매시장과 임대시장의 이중구조,출판사와 총판간 폐쇄적인 유통구조 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환기에 선 한국만화=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만화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하는 조짐도 있다. 우선 만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서 불고 있는 만화 열풍이 이를 말해준다.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홍익출판사) '포엠툰'(정헌재·청하출판사)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토머스 불핀치·가나출판사) 등이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표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 만화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여시장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반면 일반 서점들의 만화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해외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초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돼 8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유럽시장 진출의 기반을 구축했다. 또 일본만화 편중에서 벗어나 중국 동남아 미국 등으로 수출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