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포로의 파란만장한 인생 .. '격랑의 세월 인도에 닻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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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소설 '광장'의 주인공처럼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반공포로로 제3국을 택했던 현동화씨(71).
그는 폐허가 된 조국을 뒤로 하고 인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던 포로 76명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남과 북에 환멸을 느낀 게 아니라 더 넓고 큰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일구고 싶었다.
드디어 이역만리의 쓸쓸한 밤들을 견디며 뉴코리아트레이더스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한국과 인도간 최초의 공식 무역로를 열었다.
칠순을 넘긴 지금도 여행사를 경영하며 한인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의 자전적 기록 '격랑의 세월 인도에 닻을 내리고'(현동화 구술,정동현 정리,나무와숲,9천원)에는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일제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해방 직후의 혼란상을 겪었던 그는 1부에서 전쟁터와 포로수용소에서의 참상 등을 털어놓는다.
열여덟살에 인민군 중위로 참전했다가 두번의 부상으로 사로잡힌 얘기도 아릿하다.
2~3부에서는 인도에 정착하기까지의 어려움과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진출 에피소드도 소개돼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카불섬유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지만 지난날 등진 조국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온몸을 던져 성사시킨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