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스키 공화국'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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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5월 말까지 월별 판매량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작년에 비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 1월 37만5천1백38상자(5백ml 18병 기준)를 기록,지난해 1월의 33만4천2백73상자에 비해 4만여 상자가 증가한 것을 고비로,2월부터 1.5∼9.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판매량을 보면 2월엔 24만9천9백66상자로 작년 같은 달의 25만3천7백50상자에 비해 1.5% 줄었다.
3월엔 26만8천78상자로 작년 3월의 29만5천3백95상자에 비해 9.2% 급감했다.
매년 '봄특수'를 누렸던 4월 판매량도 29만7천6백14상자로 1년 전의 30만3천8백26상자보다 2.0% 줄었다.
이같은 감소 추세는 5월에 더 악화돼 28만1천6백38상자로 뚝 떨어졌다.
31만2천7백95상자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무려 9.7%나 감소한 수치다.
업계는 4월과 5월의 판매량 감소는 불황이 최악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등급별로는 숙성연도 12년짜리 프리미엄급 위스키와 12년 이하인 스탠더드급 위스키의 판매가 급감했다.
이 두 위스키는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위스키 등급으로 중산층과 기업인이 주로 마신다.
디아지오코리아의 홍준의 팀장은 "스탠더드와 프리미엄 위스키의 판매 감소는 불경기로 중산층의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이 접대를 꺼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진로발렌타인스와 하이스코트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스코트의 위스키 판매량은 1월 이후 줄곧 감소했고 5월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홍 팀장은 "우리나라가 '위스키 공화국'이라던 외신의 보도도 이젠 옛말이 됐다"면서 "하반기 이후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소비심리 회복기미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