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 노사모델 도입 추진] '네덜란드 모델이란'

네덜란드 경제개혁 방식의 핵심은 노조 정부 기업 3자의 '갈등구조'를 '상호 협조적 구조'로 바꿔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네덜란드도 60~70년대에는 경직적인 노사관계가 주류였다. 노조는 끝 없는 임금 인상을 목표로 투쟁했고 정부는 인기주의에 매달려 복지 확대를 추진했으며 기업은 '법대로 하자'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83년 집권한 루버스 내각은 개혁에 착수해 90년대 초반 현재의 '노ㆍ사ㆍ정 3자의 협력적 관계(네덜란드 방식)'를 완성했다. 이른바 '더치 방식'의 메커니즘은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촉진과 탄력적 해고를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며 기업은 일자리 창출(투자)에 매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과도한 사회보장을 축소하는 대신 평생교육 등을 강화함으로써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줄였다. 이 방식으로 네덜란드는 최근 20여년간 노사분규로 인한 파업이 한번도 없었고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네덜란드 방식은 '노조 천국'인 독일 방식과도 다르고 기업 중심인 '영국ㆍ미국식'과도 다른 제3의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방식의 핵심은 '노조의 협력적 경영 참여'로 집약된다. 기업에는 노동시장 유연성(직원 해고)을 보장하고 대신 일정 범위 내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인정함으로써 '협력적이고 균형있는 노사관계'를 유도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협력적 경영 참여'는 '기업노동자의회법'에 따라 종업원 35명 이상 업체에 설치가 의무화된 '노동자평의회'에 토대를 두고 있다. 평의회 의원은 2년 또는 3년마다 전체 노동자에 의해 선출되며 의원 수는 회사 규모별로 2~25명이다. 평의회는 기본적으로 정보권과 협의권을 가진다. 회사내 상황이나 기구의 변동, 해고, 채용, 근로시간, 주요투자, 인력 재배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결정 이전에 평의회 위원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평의회는 또 단체협약의 이행을 요구하거나 감시할 수 있다. 네덜란드 개별 노동조합은 1982년 NVV(사회주의 계열 노총)와 NKV(가톨릭 계열)라는 2개의 노총이 합쳐 탄생한 FNV(네덜란드 통합 노조 연맹)가 주도하고 있다. FNV는 일자리와 노동조건, 소득 등의 실리적인 문제에 치중하는 특징이 있다. 1982년 당시 루트 루버스 총리와 빔코크 노동계 지도자(훗날 총리 역임)는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꾼 대타협으로 평가받는 '바세나협약'을 이끌어냈다. 이 협약에 따라 사측은 새 일자리 창출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한편 정규직에도 근로시간 연장 및 단축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노측은 물가에 연동된 임금결정제도(COLA)를 폐지하고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또 당시까지 회사가 부담하던 사회보장세의 상당부문을 노동자가 부담하는 데도 동의했다. 이 협약은 소위 '더치 방식'으로 발전해 극한 파업 투쟁이 자취를 감추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 전국버스회사조합은 4% 임금 인상 요구안을 들고 파업했다가 하루 만에 3.5% 인상에 합의하고 바로 파업을 풀었다. 공권력 투입도 없었고 버스 운행을 중단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 동안 요금을 받지 않았을 뿐이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