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지역경제 살리기'] (3) 광주 光산업 : '3重苦'
입력
수정
빛고을 광주의 지역특화산업인 광(光)산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국비 2천3백53억원, 시비 5백87억원, 민자 1천80억원 등 4천억원에 가까운 재원이 투입됐지만 업체 육성은 물론 산업인프라 구축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은 불황의 긴 터널에서 허덕이고 전문 인력들은 앞다퉈 광주에서 이탈중이다.
내년부터 시행돼야 할 광산업 육성 2단계 사업계획은 지금껏 확정되지 않아 관련 연구소와 유관기관들은 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엄청난 투자재원이 공중에 떠버릴 수 있다"며 "광주 광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겉도는 업체 육성 =광주시 북구 월출동 소재 첨단과학산업단지는 광주 광산업의 요람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의 주력업종은 광산업이 아닌 전자ㆍ기계ㆍ자동차 부품산업이다.
지난 2000년 1백99억원을 들여 조성한 4만5천평 규모의 단지내 광산업 집적화 1단지엔 25개 업체가 입주했지만 현재 10개 업체만 가동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5만평 규모의 2단지 조성공사를 정부에 요청해 현재 공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시는 1단계 광산업 육성 사업 결과 지난 99년 47개이던 업체수가 지난해말 1백64개로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광산업으로 전환할 의사가 없는 업체도 포함돼 실적부풀리기란 비난을 받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광산업 예상매출을 9천4백32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을 빼면 미미한 수준이다.
1백59개 중소업체(전체 업체의 99%)의 올해 예상매출은 1천5백56억원(전체 예상매출의 16.5%)에 그친다.
이들 가운데엔 매출이 전혀 없거나 연간 5천만원을 밑도는 업체도 30여개에 이른다.
한 업체관계자는 "설립 초기에 쓴 정책자금이 3년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수익이 별로 없어 속수무책인 업체가 하나 둘이 아니다"라며 "올해말에서 내년초 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 표류하는 핵심사업 =광주 광산업육성 2단계 사업은 반도체 광원과 광통신분야 집중육성이 핵심이다.
광가입자망 사업인 FTTH(Fiber To The Home) 시행을 전제로 이렇게 분야를 좁혔다.
광주시는 당초 사업비 1천8백억원을 들여 오는 2006년까지 광주시내 30만가구에 광가입자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광가입자망은 초당 전송속도가 1백Mbps.
따라서 구축 후엔 인터넷으로 화상회의나 원격수술, 과외 등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광주시는 이 사업을 통해 광산업 중심도시란 인식을 확산시켜 광산업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국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FTTH는 무산위기에 처했다.
시는 현재 사업규모를 5천가구로 줄여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질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상용수준이 아닌 실험수준이어서 사업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산업연관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광산업 2단계 육성계획에 적신호가 켜졌고 광산업 2단계 사업계획에 대한 손질도 불가피한 상태다.
◆ 빠져나가는 전문인력 =광산업이 성공하느냐는 전적으로 고급인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결정한다.
인력면에서 광주 광산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광주 광산업전문인력은 지난 2000년 5천7백60명에서 지금은 4천9백50명으로 14.1% 감소했다.
지난 95년 광주첨단과학단지에서 문을 연 광주과학기술원이 배출한 석ㆍ박사 8백53명중 20% 가량인 1백70명만 지역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빠져나갔다.
인력유출은 연구소나 업체의 결원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정원 55명인 광기술원은 27명이 결원이다.
광통신부품센터는 정원 1백10명에 97명이, 과기원연구소는 정원 50명에 47명이 각각 결원 상태다.
인력유치 전략이 없다보니 광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업체에서는 연구인력들이 교육문제 등을 이유로 아예 사표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재철 광주전남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교육여건을 개선시켜 고급두뇌를 양성하는 한편 기존 인력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주거, 문화 등의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