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불황속 '이유있는 호황'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대출해준 기업들의 채무 부담이 줄어 부실 채권 발생이 감소한 데다,파생 금융상품 투자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6일 "경기침체 직후인 90년대 초 문을 닫은 미국 은행은 1백60여개에 달했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1개밖에 없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파산한 은행도 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10개에 불과했다. 미국 은행들은 실적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내고 있다. 미국 3대 은행인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지난 1분기에 1백20억달러의 세전 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의 이익 규모는 전체 기업 이익의 40%를 차지,80년대(5%)나 90년대(15%)보다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미국 은행들의 실적 호전은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금리' 영향이 가장 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13차례 금리를 인하,채무부담 감소로 가계 및 중소기업들의 파산이 대폭 줄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은 집 값 상승으로 연결돼 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담보물의 가치도 함께 올랐다. 또 대출에 집중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파생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한 데도 원인이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위험 부담이 보험사나 연기금 등으로 이전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은행들은 이같은 방법을 통해 기업대출의 8%에 해당하는 6백억달러의 채권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았다. 이와 관련,국제결제은행(BIS) 연례보고서는 "미국 은행들은 90년대에 이뤄진 은행산업 관련 규제철폐 조치로 대형화 및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다른 산업보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