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세일즈경쟁' 나섰다 ‥ 전문직 살아남기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 서비스 시장이 세일즈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들 전문직 인력 공급이 급증, 수요를 초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직 시장에서도 앉아서 손님을 맞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변호사들은 무료상담 서비스나 출장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섰으며 의사들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병원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회계사 역시 회계컨설팅 대중화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몸값 높이기에 고심하고 있다. 인터넷 법률사이트 로마켓(www.lawmarket.co.kr)은 이달부터 국내 처음으로 '변호사 출장 법률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변호사 출장 상담을 신청하면 회원 변호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직접 고객을 방문, 상담해 주는 서비스다. 서비스에 동참한 변호사는 5백90명. 이 회사 손동욱 마케팅 팀장은 "출장상담 서비스는 은밀한 상담이 필요한 일부 계층이나 노약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 다양한 고객에게 유용할 것"이라며 "당분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드는 것과 관계가 깊다. 매년 1천여명에 이르는 사법시험 합격자중 판ㆍ검사로 임용되는 20%를 제외한 나머지 수료자들이 대부분 변호사로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1인당 수임사건이 줄어들면서 변호사들은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치는 추세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직후 변호사 사무실에 합류한 한 변호사는 "과거 법무사들의 전유물처럼 돼 있던 부동산 등기업무 등에 뛰어들다 보니 법무사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과거에는 형사소송만 맡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민사든 형사든 가릴 형편이 아니다"며 "상황이 어렵다 보니 예전에는 손대지 않았던 일까지 수임하는 로펌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눈높이를 낮추기는 의사나 회계사들도 다를게 없다. 의약분업 이후 동네병원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하자 종합병원도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최근 외래병원 개ㆍ보수 공사로 병동 위치가 일부 바뀌면서 내방객들이 병동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자 지난달 초부터 병원 의료진과 직원이 고객들을 직접 안내하는 '1일 안내 도우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병원측은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외래병동 개ㆍ보수가 완료될 때까지 도우미 제도를 계속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조세ㆍ회계 전문 포털 사이트를 통해 회계ㆍ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일반인에게는 '멀고 높게' 여겨졌던 전문직 종사자들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수밖에 없도록 시장이 강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