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일본이 보는 한국

일본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 14일자 1면에는 어른 손바닥보다 큰 컬러 사진이 제호 바로 밑에 박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로 13.5cm 세로 12.5cm 크기의 이 사진에는 경찰관과 사복형사들이 현행범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막 검거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남자는 한국인이었으며 신문은 한국인 소매치기단 4명이 도쿄 도심의 은행 앞에서 격투 끝에 검거됐다고 설명을 달았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범죄 중 한국인이 관련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적은 편이 아니다. 외국인 범법자 1위의 중국에 비해서는 한결 덜하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일본 언론의 사회면을 오르내린다. 나라 체면이 구겨졌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고도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소매치기단 검거를 보도한 이날 신문의 사진과 기사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을 멸시한 에도 다쓰미 자민당의원의 망언을 한국 정부가 비판한 직후 실렸기 때문이다. 에도 의원은 지난 12일 한일합방을 국제연맹이 승인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은데 이어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강도짓을 일삼고 있다고 대다수 한국인을 범죄자로 보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에도 의원의 망언을 공박했지만 사진은 그의 말이 생트집이 아니라며 지원 사격해 준 격이 됐다. 이유야 어디에 있건 한국인 범죄가 일본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일본인들이 미간을 찌푸리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양심과 도덕의 고삐를 조여야 할 일이다. 하지만 꼬리를 문 일본 고위 정치인들의 한국 관련 망언과 일부 언론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일본인 납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수록 일본 사회의 북한 때리기 파장은 극우보수 정치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막말을 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인상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의 일본 방문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지만 한국을 향한 일본 내부의 시각은 언제든 과거로 역행할 수 있다.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막말과 일부 언론의 동조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뿐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