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산수화에 불어넣은 입체감..덕수궁 미술관 안상철 화백 회고전

1993년 6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작고한 연정(然靜) 안상철은 보수적인 한국 화단에서 파격적인 작업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1961년 제작한 '몽몽춘(朦夢春)'은 수묵 추상화에 흰 점을 떨어뜨린 후 그 위에 돌을 부착시킨 오브제 작품이다.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은 "화면에 오브제를 붙인 것은 동양회화 사상 최초로 시도된 것이어서 당시 화단에 충격을 줬다"고 설명한다. 연정은 70년대 들어 완전 입체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몇 개의 고목을 받침대 위에 배열하고 채색을 가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그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덕수궁미술관에서 '수묵과 오브제'전이 열리고 있다. 수묵 위주의 초기작에서부터 후기의 오브제 작업에 이르는 대표작 60점이 출품돼 그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자리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연정은 1956년부터 연 4회 국전에서 수상한 후 34세의 젊은 나이였던 1960년에 국전 추천작가의 대열에 올랐다. 그가 전통 회화의 현대화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그의 50년대 수묵화는 논 밭 산촌 기와지붕 등 평범한 소재이지만 여백을 없애고 자연의 일부를 과감하게 확대해 추상 단계에까지 이른다. '전(田)''잔설(殘雪)' 등이 이 시기의 대표작들이다. 60년대부터 시작돼 말년에까지 이어진 오브제 작품들은 '동양화의 입체화'를 위한 실험이었다. '몽몽춘'과 62년에 첫 시도한 '영(靈)' 시리즈에서처럼 연정은 재료와 기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움직임 음향 빛을 포함하는 조형물을 만드는 등 '미술의 종합화'를 통해 현대 미술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했다. 작품 형식의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동양의 자연주의 정신이었다. 9월7일까지.(02)779-5310